
◇철통같은 보안에 스케치도 난항, ‘뻗치기’는 예사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취재는 설렘과 긴장, 혼란의 연속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3000명이 넘는 취재진과 수백 명에 달하는 국내 취재진은 철통같은 보안과 긴박한 상황 변화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한 마음으로 회담 소식을 부지런히 기록해 각국에 실어 날랐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 취재가 가장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삼엄한 경비와 보안 때문이었다. 베트남 공안의 경계는 삼엄했고, 북미 정상의 숙소 주변 경호도 1차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강화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 주변은 반경 약 100미터 주변으로 접근이 통제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인 JW매리어트호텔 인근은 가게 영업까지 중단됐다. 때문에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은 렌즈를 최대한 당겨서 촬영하거나, 일단 촬영한 뒤 확대해서 사진에 찍힌 인물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특히 멜리아호텔을 숙소로 잡은 기자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복도에서 휴대폰 사용을 감시당하는 등 갑절의 불편을 겪었다. 노지원 한겨레 기자는 “싱가포르 때는 호텔에 들어가 김정은 위원장도 봤는데 이번엔 아예 접근 불가였다”면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스케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일정은 비공개다보니 무작정 ‘뻗치기’를 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원석 더팩트 기자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한 지난달 26일 저녁, 싱가포르 때와 같은 ‘깜짝 외출’을 기대하며 오토바이까지 빌렸지만, 김 위원장이 두문불출 한 탓에 쓸모가 없었다.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식사를 한답시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김 위원장이 갑자기 나오기라도 하면 물을 먹게 되니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교대 인력이 있는 경우는 상황이 좀 나았지만, 홀로 한 구역을 담당해야 하는 기자들은 배고픔을 견디거나 반미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들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기약 없는 대기 시간을 더 힘들게 한 것은 추위와 매연이었다. 회담이 열리기 직전 하노이에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예년 겨울보다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더운 날씨를 예상하고 얇은 옷가지만 챙겨온 기자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나마 “더운 싱가포르보다는 낫다”는 기자들도 있었지만, 하노이의 하늘을 가득 메운 먼지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종일 길가에서 뻗치기를 하고 있다 보면 목이 아플 정도였다. 하노이에서나 서울에서나, 마스크는 필수였다.
◇‘박항서 열풍’ 못지않은 한국 기자들에 대한 관심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베트남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취재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하노이 시민과 여행객들이 모여들었고, 각자의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현장의 분위기를 기록하기 바빴다. 특히 한국 취재진에 관한 관심도 높았다. 베트남 언론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중계를 준비 중인 기자들에게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임혜준 연합뉴스TV 기자는 지난달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도착한 동당역에서 취재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현지 인터넷 언론에 소개됐다. 백승우 채널A 기자도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사진이 퍼져나가면서 화제가 돼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 “이러다 ‘베트남의 사위’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이수아 MBN 기자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베트남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8일 메트로폴 호텔 앞에서 생중계 연결을 기다리던 도중에도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지나가던 시민이 그런 이 기자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주로 음식이나 베트남에 대한 느낌 등을 많이 물어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베트남의 북미정상회담 준비상황 평가와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관한 전망 등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면서 “우리도 취재하는 입장이다 보니 가능하면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센터에 등장한 생일케이크?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소식에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에 모여 있던 취재진 전체가 충격에 빠졌던 지난달 28일 오후. 혼란스럽던 상황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부산하던 미디어센터 내 분위기도 정돈되어갈 무렵,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분위기에 박수라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봤다. 그곳에는 미디어센터와 더 어울리지 않는 케이크 하나가 있었다. 케이크를 든 주인공은 윤대민 KBS 기자. 윤 기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기들이 준비한 깜짝 파티였다.
하노이에 온 KBS 취재팀 중에는 윤 기자의 입사 동기가 카메라기자를 포함해 넷이나 됐다. 이렇게 여러 명의 동기가 해외 출장을 함께 가는 일이 흔치는 않기에, 마침 맞은 윤 기자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기들이 꾸민 이벤트였다. 국내 P브랜드 케이크는 하노이 현지 매장에서 주문한 뒤, 미디어센터 내에 차려진 식음료 제공 부스로 배달을 시켜 받은 것이었다. 이들은 회담 결렬 직후라는 상황이 멋쩍은지, 아니면 동기들 사이에 살가운 이벤트 자체가 어색한지 케이크를 건네며 박수를 친 뒤 기념사진만 찍고 서둘러 파티를 끝냈다. 가까이에서 소리를 듣고 다가온 외신 기자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깜짝 파티에 대한 윤 기자의 화답은 이랬다. “평소에 잘하자.”
하노이=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