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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회담] '뻗치기' 예사…추위·매연과 싸우며 취재 경쟁

[2차 북미 정상회담 현장]

김고은 기자  2019.02.28 14: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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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소련 우호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 내부를 파노라마로 촬영한 모습 (하노이=김고은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 회담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취재진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회담 당일인 27, 베트남-소련 우호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 등록한 전 세계 취재진은 3000명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IMC 내에 별도로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KPC)에는 내외신 기자 600여명이 등록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베트남에 취재와 방송, 중계 등을 위해 온 언론 관계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 “추위·매연과의 싸움

 

하노이에 처음 도착한 기자들은 두 가지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바로 예상치 못한 추위와 매연이다. 현재 베트남은 우리와 같은 겨울이다. 겨울이라 해도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높지만 제법 쌀쌀하게 느껴진다. 실제 하노이 시민들은 털이 달린 패딩점퍼를 입고 출근하기도 한다. 막연히 더운 나라라는 생각에 얇은 옷만 챙겨온 기자들은 현지에서 옷을 사 입거나 아침저녁으로 한국에서 입고 온 겨울 외투를 입곤 한다. 한 일간신문 기자는 반팔만 가져왔는데, (지금 입은 양복 외에) 옷을 못 갈아입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온 김정은 위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동당역에 다녀온 기자들 중에는 감기몸살에 걸린 기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당역은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17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사진기자와 함께 동당역을 취재하고 돌아온 한 석간신문 기자는 우리로 치면 강원도 고성 같은 곳인데, 춥고 비도 오고 숙소를 구할 수가 없어 고생을 했다. 겨우 사정해서 한 호텔에서 내어 준 공간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그마저도 못 구한 기자들은 차에서 잠을 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낫다는 기자들도 있다.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데, 더운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하기 힘든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매연과 먼지다. 베트남을 흔히 오토바이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많은 오토바이와 교통 혼잡 때문에 매연과 먼지가 심하다. 선발대로 일찌감치 하노이에 온 기자들조차 파란 하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하노이의 하늘은 늘 뿌옇고 흐려 있다.

 

두 정상의 숙소와 회담장 인근 등 거리에서 하루 몇 시간, 많게는 열 몇 시간 씩 뻗치기를 하는 기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그래서다. 또 다른 일간지 기자는 서울에서부터 마스크를 필수로 챙겨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고, 방송사 한 기자는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몇 시간 씩 서 있다 보면 얼굴에서 까만 먼지가 묻어날 정도라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공식 회담장으로 낙점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앞 도로가 통제된 가운데 인근에서 국내 방송사 기자들이 현장 중계를 하고 있ㄷ. (하노이=김고은 기자)

 

#2. 알고보니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호텔?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기자들이 하노이가 아닌 다낭을 간절히 원했던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다낭은 하노이에 비해 오토바이가 그렇게 많지 않고, 공기의 질도 그만큼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다낭은 호텔 등이 대개 몰려 있어 취재 동선이 짧다는 이점도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답게 도시가 크고, 특히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 취재 동선도 더 길다. 그래서 아예 차량을 렌트하거나 그랩이란 어플을 이용해 택시나 오토바이를 불러 이동하곤 한다.

 

현재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매리어트호텔, 회담장으로 낙점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과 만찬장으로 거론되는 오페라 하우스, 영빈관 그리고 북한 대사관 등 두 정상의 이동 동선에 따라 여러 곳에 흩어져 취재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소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가는 곳마다 취재진과 카메라, 이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하노이 시민과 여행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7일 오전, 멜리아호텔 앞은 침묵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회담 전까지의 김 위원장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 사진기자들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보거나 카메라를 점검하다가도 차량이 나오거나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는 전날 김 위원장과 같은 숙소에서 묵었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 확정되기 전에 미리 예약해둔 호텔이었다. 덕분에 호텔에 들어갈 때마다 일일이 확인을 거쳐야 하는 등 매우 불편을 겪고 있다. 호텔 안에서는 경호원이 따라 다니고,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한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들어올 때에도 마침 안에 있었지만 카메라를 들지도 못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지만 거리가 멀고 흔들려서 쓸 수 없는 사진뿐이었다. 그마저도 경호원들이 손으로 막고 밀치는 가운데 겨우 찍은 것들이었다. 최 기자는 제대로 찍었으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단독인데 아쉽다고 했다.

 

대부분 기자들은 회담이 끝나는 28일 밤이나 31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31~2일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을 잡으면서 일부 기자들의 귀국 일정은 덩달아 늦춰지게 됐다.

 

#3. “한국프레스센터 부러워요

 

IMC 내에 독립된 공간으로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 270석 규모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다양한 취재지원을 하고 있다. (하노이=김고은 기자)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인 국제미디어센터 내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한국프레스센터가 있다. 270석 규모에 유무선 인터넷과 전기 등이 제공되며 오디오 녹음실, 인터뷰 부스 등도 마련돼 있다. 기자들은 이곳에서 기사 작성과 마감을 하고, 라이브 중계를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IMC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저녁 식사와 음료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언론재단은 지난 26일 프레스센터 개소식을 가진 뒤 날마다 전문가 포럼 등을 진행하고, 정상회담 주관방송사의 영상 송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언론인들이 많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과 IMC 사이의 셔틀버스도 운영 중이다.

 

IMC에 별도의 독립 공간으로 프레스센터를 마련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백악관 프레스센터는 당초 멜리아호텔에 설치됐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최종 낙점되면서 26일 철수해야만 했다. 백악관 프레스센터는 현재 IMC 내 공동 구역 일부에 자리잡은 상태다.

 

이러다보니 한국프레스센터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높다. 27일 언론재단에 따르면 중국 상해동방TVVOV(Voice of VietNam), VTV 등 외국 언론들이 재단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일본 언론인들은 “KPC 같이 언론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부럽다” “미국도 있고, 한국도 있는데 일본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부러움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재단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때에도 프레스센터를 운영했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는 KPCIMC 외부에 자리 잡아 주관 방송사의 영상을 KPC가 직접 수신할 수 없었는데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KPCIMC에 설치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지난번의 시행착오를 개선해 언론인들에 대한 취재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노이/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