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9.02.27 10:44:30
언론사 임금피크제에 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깎을지’에만 방점을 뒀던 기존 임피제 논의가 ‘근로시간 유지와 감액폭 완화’의 방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단계적 폐지론’까지 거론된다. 삭감 일변도의 당초 임피제 개선과 더불어 고령화에 대비한 언론사들의 대책 마련이 본격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향신문 노사는 최근 만56·57세 10%, 만58·59세 14%의 감액률 적용을 골자로 하는 새 임피제 도입에 합의했다. 기존 임피제 합의안보다 삭감폭이 완화됐다. 당초 실질 삭감률은 만56·57·58세 13%, 만59세 10%였다. 이번 합의로 평균 12.25%이던 감액률이 12%로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까지 정부지원금으로 보전돼 온 20%(90만원)에 대해서도 사측이 부담한다. 올해 일몰된 보조금 없이 오히려 실질 감액률을 축소시킨 변화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감액률이 쟁점이 됐지만 노조 교섭원칙은 ‘임피제 단계적 폐지’였다. 임피제 대상자의 월급이 줄면 노동의욕이 상실되고 타 구성원과 단절되는 일도 벌어진다. 월급이 준 만큼 노동시간을 줄이면 되나. 그게 조직에 최선일까. 중장기적인 폐지를 전제로 임피제와 상관없이 동일노동을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시급하게 봤다”고 했다.
2016~2017년 언론계 1차 임피제 논의 때는 ‘60세 정년’ 법제화와 맞물리며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언제부터 얼마나 삭감할지’가 유일한 의제였다. 반면 현재는 ‘근무시간 유지와 감액폭 완화’를 골자로 고령화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설 이후에만 임피제 개선안을 두고 사측과 3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노측은 직급별 차등제에 기반한 현 임피제 안을 통합하고 전체 감액률을 축소하는 방향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기본임금 기준 부장급 이상은 만55세부터 57세까지 임금을 동결하지만 부장급 미만은 만55세 80%, 만56세 70%, 만57세 50%로 크게 삭감되는 점, 실·국·본부장 보직기간 중엔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간부사원이 경영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완하려 한다. 근속 29년이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대상이 되는 방식도 폐지가 언급된다. 특히 연합은 임피제와 맞물려 ‘일하는 조직문화’를 위한 직급개편을 예정하고 있다. 오는 4월 현 직급을 사원, 차장, 부장, 선임기자 등 4개로만 나눠 보직 여하에 상관없이 “필드에 나가서 일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목표다. 앞서 경향 노조 역시 ‘임피자는 적용 이전과 동일 근무 원칙’을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
임금은 보전하되 일도 똑같이 시키는 방향은 향후 타 언론사 테이블에도 오를 소지가 크다. 사내 세대 갈등 해소, 신입 채용과의 연계, 고연차 기자에 대한 역할부여, 인사평가 개선 등 연계된 사안 중에선 합의가 가장 쉬운 파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진통은 명약관화하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26일 성명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임금피크제 개선안 마련에 회사는 단 한 번도 성실한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령화가 극심한 매체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경향의 2019년~2024년 임피제 대상자는 평균 82.8명으로 전체 구성원 500명 가량의 16.57%에 해당한다. 연합도 올해까지 임피제 해당자가 70~80여명이다. 정규직만 약 800명이기에 비율은 낮지만 규모는 크다. 다수 매체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언론사 노조위원장은 “개인적으론 임피제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한 대법원 판결 등을 주의 깊게 봤다”면서 “전면 폐지는 신입 채용 축소로 즉각 연계된다. 추가적인 정년연장 분위기, 다른 분야도 두루 살펴 판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