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언론계 ‘주 52시간’ 대안 마련 분주
올해 주당 법정노동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언론사는 지난 7월부터 법 적용 대상이 됐다.
직무특수성을 이유로 간과돼 온 기자 개인별 근로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언론사들은 대안 마련에 분주했다. 주말판을 사전에 제작하거나 별도팀이 담당하는 방식, 주 5회 발행, 탄력근로제 도입이 시도되며 ‘주 5일 근무’와 ‘야근 시 오후 출근’ 등이 어느 정도 정착, 언론계 ‘워라밸’ 향상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추가 인력채용 같은 근원적 조치는 미진했고, 일부 매체에선 법 취지와 맞지 않는 재량근로 도입 시도도 있었다. 대책을 시행 중인 곳에서도 출근일 근무강도 증가,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감소 등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단속·처벌 6개월 유예’ 입장을 밝히며 시간을 번 언론계는 새해 1월 이 문제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사들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 적용 대상이 되며 예능·드라마 등 제작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은 상태다.
② KBS 파업과 고대영 해임 및 정상화
지난 1월22일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지난해 9월4일 고대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KBS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142일 만이었다. 고 사장과 함께 언론 적폐로 지목됐던 이인호 이사장은 고 사장 해임 직후 스스로 이사직을 사퇴했고, KBS 구성원들은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4월9일엔 양승동 PD가 KBS의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시민자문단의 평가를 거쳐 임명된 첫 사장이었다. 양 사장은 취임 후 신뢰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하는 한편 진실과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상위직급 과다, 방송계 불공정 관행, 성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이어졌다.
지난 12일엔 고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채운 양 사장이 또 다시 연임에 성공해 3년 임기의 사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양 사장은 취임식에서 “내년 상반기 중 콘텐츠 중심의 전사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며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민첩하고 역동적인 공영미디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③ 미투 운동, 언론사도 예외 없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나와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사회 전반에서 ‘미투(MeToo)’ 물결이 일었다. 3월에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자신의 전직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줬다. 안희정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은 거의 생중계 수준으로 기사를 쏟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 측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등 ‘2차 가해’를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언론계에서도 ‘미투’가 이어졌다. 파이낸셜뉴스와 YTN에 근무했던 전직 기자가 개인 SNS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들이 각각 정직 3개월과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직장 내 성폭력·성평등 문제 해결과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아졌다. 언론사들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강화하거나 조직 문화 개선에 나섰다. MBC에선 노조가 중심이 된 성평등위원회가 출범했고, KBS도 ‘성평등 조직문화 구현’을 모토로 지난달 성평등센터를 공식 출범시켰다.
④ 가짜뉴스 파문과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이낙연 총리가 지난 10월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라 할 만한 발언을 하고 각 부처의 엄정한 대처를 촉구하며 정부여당이 규제론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로 대두된 ‘가짜뉴스’ 문제가 국내에서도 본격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계에선 오보와 가짜뉴스를 도매급으로 취급, 처벌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는 데 비판이 잇따랐다. 학계에선 “누군가 진실을 판명한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비판, 법률을 통한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대한 담론이 위험한 만큼 ‘가짜뉴스’란 용어사용을 자제하고 ‘허위조작정보’로 표현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여론의 자정력 강화를 위한 플랫폼과의 협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징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구글코리아는 11월 유튜브 콘텐츠와 관련해 여당의 항의방문을 받았다. 최근엔 그간 해외사업자에게 지속 제기돼 온 조세회피 논란 등과 관련 세무조사도 받게 됐다.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한 팩트체킹 활성화, 미디어리터러시 강화가 대안으로 언급된다. 세계 최저 언론 신뢰국인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짐이 가볍지 않다.
⑤ 드루킹·아웃링크·네이버 모바일 개편
민주당 당원이었던 ‘드루킹’이 매크로를 통해 네이버 뉴스 댓글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선 국면에서 현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여기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국이 뒤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책임론도 불거졌다. 특히 포털 내에서 뉴스를 보도록 하는 ‘인링크’ 방식이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며 포털에서 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뉴스를 보게 하는 ‘아웃링크’ 법제화 요구까지 쏟아졌다.
언론계로선 사안 자체의 경중을 떠나 포털 종속 구조 하 나날이 축소되는 영향력과 수익에 대한 고민이 부상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 의사를 밝힌다. 뉴스 댓글 운영을 개별 언론에 넘기는 차원을 넘어 모바일 첫 화면 뉴스 제외, 언론사 채널 구독 서비스를 통한 뉴스 전달, AI 뉴스편집 도입 등 기존 서비스의 재배열이 이뤄진다. 언론계에선 트래픽 감소 전망과 구독자 수 유치 경쟁에 내몰린 현실에 우려가 나온다. 대형·군소 매체 간 구독자 수 부익부빈익빈의 심화도 예상된다. 현재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내년 오픈을 예고하고 있다.
⑥ 유튜브, 미디어 대세 플랫폼으로 떠올라
올해 한국 미디어시장의 대세 플랫폼은 유튜브였다. 네이버와 페이스북에 의존해왔던 언론사들은 떠오르는 유튜브에 대응하기 위해 동영상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쏟아냈다. 유튜브는 10~20대뿐 아니라 50~60대 이상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8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2%가 유튜브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9.5%가 ‘거의 매일’ 유튜브에 접속하고, 90.7%는 1주일에 하루 이상 이용했다.
내년에도 유튜브의 영향력과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방송사 뿐 아니라 신문사의 유튜브 영상 제작 바람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플랫폼보다 안정적이고 더 큰 규모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고업체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의 올해 상반기 동영상 광고 매출은 1169억원으로, 시장 전체의 40.7%에 달한다. 네이버(249억원)에 비해서도 5배가량 높은 수치다.
⑦ 파업, 사장교체, 새 출발… 격동의 YTN
올해 YTN은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남수 사장이 노사가 맺은 합의를 지난 1월 초 파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2월부터 파업을 벌였다. 최 사장은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조건으로 파업 종료를 요청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84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어 구성원 653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투표에서 최 사장은 불신임 363표(55.6%)를 받아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했다.
지난 9월 혁신을 표방한 정찬형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YTN은 지난 10년간의 아픔을 딛고 새 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 해고됐던 조승호·현덕수·노종면 기자 등이 주요 보직에 올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달부터 대대적인 뉴스 개편도 단행했다. 새 슬로건으로 ‘진실을 전합니다, 진심을 다합니다’를 내걸었다. YTN의 간판앵커였던 노종면 기자는 10년 만에 다시 뉴스 진행자로 복귀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외압을 겪다 폐지됐던 ‘돌발영상’도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⑧ MBC 1000억 적자… 지상파 경영 위기
“MBC는 올해 영업적자만 1000억원이 넘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최승호 MBC 사장이 11월29일 한 말이다. MBC뿐만 아니라 KBS,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올해 수백억원 대의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KBS는 3분기 기준 5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SBS도 202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방송이 인터넷으로 확장되고 모바일에서는 스트리밍 시청형태가 보편화되며 지상파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줄고 있다. CJ 같은 콘텐츠 대기업,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과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된 지상파는 경영 효율화, 신사업 모색 등을 통해 살 길을 찾고 있다. MBC는 올해 말과 내년 2·4월 3단계로 나눠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KBS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명퇴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또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영향력을 높이겠다며 거대 권력의 치부와 민낯을 폭로하고 사회 각 분야의 비리를 고발하는 탐사보도를 강화하고 있다. 1~2년 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변화지만 기자들은 수상 실적이나 시청률 지표보다 시청자가 보여주는 반응과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⑨ 수습기자 ‘하리꼬미’ 이젠 역사 속으로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상한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언론계의 대표적 수습기자 교육인 ‘하리꼬미’가 사라졌다. 기존 방식으로는 해당 근무 시간을 지킬 수 없어서다. 비좁은 경찰서 2진 기자실에서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수습기자들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언론사들은 하리꼬미 폐지와 함께 새로운 교육 방식을 마련했다. 수습기자의 사회부 배치 기간을 4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는 대신 부서 순환 교육을 강화하거나, 수습기자 근무를 주·야간으로 나누고 하루 10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지난 수십 년간 하리꼬미는 기자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자 기자로서 담금질하는 과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잠을 못 자게 하거나 선배기자의 폭언 등 강압적인 방식 탓에 비인격적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한편에선 하리꼬미를 통해 극한 상황을 겪으며 기자로서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일간지 시경캡은 “주 52시간제 도입은 하리꼬미 폐지뿐 아니라 기자가 경찰서를 돌며 취재하는 이른바 사쓰마와리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⑩ 남북·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급변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탄 한 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 등록된 내외신 기자 수만 3000여 명에 달했다. 평양냉면에 관한 농담이나 ‘도보다리 회담’ 등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지난 9월에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려 취재진 등을 포함해 200여 명이 방북길에 올랐다.
분단 70년 만에 첫 북미정상회담도 성사됐다. 1년 전만 해도 ‘핵탄두’ 운운하며 일촉즉발의 말싸움을 벌이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나 역사적인 악수를 나눴다. 회담 직전까지 이어진 취소와 번복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한 악조건 속에서도 기자들은 역사적인 현장을 기사와 사진 등으로 전하기 바빴다. 덩달아 남북언론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평양지국 개설 준비를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JTBC가 북측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북하기도 했다.
정리=김고은·최승영·강아영·김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