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아 기자 2018.12.19 16:03:51
법원이 ‘사법 농단’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마련한 자구책과 최근 발생한 법원 직원의 비위 사건이 법조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 대법원은 각급 법원이 법원행정처에 주요 사건 등을 보고하던 예규를 폐지했다. 사법 농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개입 우려를 해소한다는 이유였다.
그동안 법원은 해당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사건 일정표를 만들었다. 법원 출입 기자들도 이를 매주 전달받아 취재에 활용했다. 하지만 관련 예규가 폐지되면서 기자들도 더는 일정표를 받아볼 수 없게 됐다.
당장 기자들은 분주해졌다. 법원을 출입하는 A 기자는 “예전엔 주요 재판을 미리 파악해 예고 기사를 쓰거나 그날 보도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며 “요즘은 법원마다 게시판에 공지된 재판을 일일이 확인하고, 법정에서 다음 일정을 파악해 적어둔다. 살펴봐야 할 사건이 많다 보니 중간에 일정이 변경되면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기자들이 증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앞서 성폭력 혐의를 받은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의 재판 과정에서, 교회 신도이자 법원 공무원인 B 씨가 동료에게 부탁해 증인들(성폭력 피해자)의 실명 등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사건별 정보를 해당 재판부만 열람하도록 조치했다. 공보판사도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서 기자들은 법정에서만 증인을 확인할 수 있다.
법원 출입 기자들은 잇따른 취재 환경 변화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 일정이나 증인을 법정에서 확인할 수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사건을 챙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 출입 C 기자는 “인력이 한정된 기자들의 취재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법원의 조치 이후 절대적인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실제 놓치는 사건이나 일정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C 기자는 “특히 증인 열람은 재판의 중요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점점 기자들이 챙기지 못하는 틈이 생겨날 거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알 권리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의 법조팀 D 기자는 “법원이 처한 상황이나 증인 개인정보보호 명분은 이해되지만 이번 일은 법원 내부 문제의 불똥이 기자들에게도 튄 꼴”이라며 “뚜렷한 해결책 없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해당 재판부만 사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증인의 신상 공개는 어렵다. 다만 재판은 공개이기 때문에 특정 사건의 일정 변화를 요청하면 제공하고 있다”며 “기자단과 법원이 서로 입장차를 존중하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