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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언론사 2세경영 2

'수업'만 있고 '검증'은 없다

김상철 기자  2002.07.31 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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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에 사장… 경영실패 책임 안져



“나는 두 자루의 만년필을 가지고 다 써 보았다. 하나는 사설을 고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사 수표장에 사인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고 장기영 사주가 했다는 말이다. 이른바 창업 1세들의 편집·경영에 걸친 역할과 위상의 일단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1세대들이 언론사를 세우고 자리매김 시키는데 전력했다면 2세 경영인들의 주된 역할은 언론사 위상의 수성으로 모아진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창업주 중에는 더러 흠이 있더라도 사세를 확장하고 위상을 확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있다"며 “2세 경영인들의 경우 이를 물려받아 꾸려나가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경영차원의 평가가 우선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2세들의 경영수업과 이에 대한 평가·검증은 별개라는 말도 된다. 실제 경영성적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업무파악 수준에 그치는 경영수업 △경영권 확립에 급급한 사내 계파 만들기 △가족 내 이해관계에 따른 나눠먹기 식 계열사 배분 등이 실패 요인으로 제기된다.

몇몇 2세 경영인들의 사례를 보면, 조희준 넥스트미디어그룹 명예회장은 23세(88년)의 나이에 국민일보 해외사업부장으로 입사, 32세 때 국민일보 대표이사가 됐다. 36세(2000년)에 동아일보 전무로 선임된 김재호 이사가 기획실 기자로 입사했을 때는 31세였다.

장중호 일간스포츠 대표이사는 22세(95년) 때 한국일보에 입사, 28세에 일간스포츠 대표이사가 됐다. 이밖에 고 장기영 사주의 아들인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과 장재국 전 회장은 각각 34, 38세 때 한국일보 사장을, 장재근 일간스포츠 회장은 27세 때 일간스포츠 소년한국일보 사장을 맡았다.

경영실적의 경우 97부터 조희준 명예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국민일보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적자를 기록했으며 2000년부터 자본잠식으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장재구, 장재국 회장이 번갈아 대표이사를 맡았던 한국일보는 지난해를 제외하곤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또 5000억원대의 부채로 자본잠식 상태에 시달려왔다.

IMF 이후 정부가 기업에 재무 건전성을 요구하며 부채비율 200%를 잣대로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영책임을 논할 수 있는 형편인 셈이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2세 3세 경영의 실패로 결국 퇴출된 기업체 사례에 비하면 언론사2세경영은 최소한의 경영책임을 물을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지원에 대한 특혜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공익성이 언론사 생존의의의 근간이라면 그 공익성에 부합하는 경영능력 검증과 경영책임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 설치 등 경영투명성 강화나 전문경영인 영입 등의 대안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사실 ‘2세경영의 투명성'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난 94년 안재훈 당시 워싱턴포스트 온라인뉴스 편집인은 <신문과 방송>에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지침'을 소개했다. 사주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온라인을 통해 회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추진 상황, 경영현황과 대처 방안 등을 수시로 알린다는 것이다.

안 편집인은 “이를 통해 일반사원들도 사주 등 임원들의 경영철학에서부터 구체적인 경영전략 및 경영 내용까지 샅샅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황제경영'이 무너지고 기업들이 퇴출되면서 “오너라고 결격사유가 될 순 없지만 시장에서 능력을 검증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도 제기됐다. 검증·평가 없는 무책임 경영이 지속될 경우 2세경영은 언론사 위상에 대한 수성이 아닌, ‘대표이사 수성'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