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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취재원 불어라"…통신기록 조회한 검찰의 압박

경남울산기자협회 "취재활동에 심각한 위협"
창원지검 "기자 통신기록 확인, 최소한의 수사라 판단"

강아영 기자  2018.11.22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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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참고인에 불과한 기자의 통신기록을 열람하고 취재원 공개까지 요구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경남울산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는 지난 21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지검이 기사 작성 경위를 밝히기 위해 기자의 통신기록을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취재원을 색출해 다른 범죄를 입증하려는 것으로 수사 기본과도 맞지 않다. 검찰 수사권 남용이 도를 넘었다”고 규탄했다. 


검찰이 취재원을 찾아내기 위해 기자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1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울산기자협회, 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 관계자들이 창원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이번 논란은 지난 1월9일 경찰이 사천시장의 관사와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은 사천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했다며 관련 문서와 컴퓨터 자료 등을 확보했고 지역 기자들도 이를 기사화했다. 문제는 4월20일 자유한국당이 경남지방경찰청장을 피의사실 공표와 선거개입 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이 “허위 조사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가도록 경찰청장이 유도했다”고 지목하자 검찰이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원지검은 기자들에게 전화로 기사를 작성하게 된 배경과 출처 등을 물었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를 내세우며 제보자를 알려주지 않았다. 김모 연합뉴스 기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김 기자는 “검찰과 총 네 차례 통화했다”면서 “취재원을 밝히는 건 거절했지만 그 외 나머지 부분, 가령 경찰이 공식 브리핑을 했는지, 보통 취재 루트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성실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관련 뉴스를 최초로 보도했던 김 기자의 1월8일과 9일치의 통신기록을 열람했다. 김 기자는 검찰과 세 번째 통화한 지난 15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김 기자는 “검찰이 기사 송고 당일과 전날의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하면서 모 기자, 경남경찰청의 모 부서, 사천시의 모 부서와 왜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물었다”며 “저는 통신내역 조회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는데 그 다음날에도 다시 전화가 오더라. 제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음에도 또 다시 통신내역을 읊으며 추궁했다”고 말했다.


경남 법조기자단은 19일 이와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창원지검장과 차장검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피의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최초로 전해진 특수성이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청장을 포함해 수사 지휘 라인 인사들에 대한 통신기록을 열람하는 것보다는 기자의 통신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의 수사라고 판단했고, 이틀 치 통화기록 열람으로 범위를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경남울산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는 그러나 이에 대해 20일 성명을 내고 “수사 편의를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남울산기자협회 등은 “수사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라도 피고발인인 경남경찰청장이나 수사 지휘 라인의 통신 내역을 먼저 살펴봐야 했다”며 “참고인에 불과한 기자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은 수사 순서로 봐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은 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직업윤리일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의 토대”라며 “혐의를 받는 피의자도 아닌 기자가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수사기관이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히라고 하는 것은 기자 양심에 대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 역시 검찰의 통신기록 조회가 취재활동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저에게 압수수색 소스를 제공해준 제보원은 다행히 검찰이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소스를 듣고 나서 경찰에 내용을 확인했는데 통신기록에 그 내역이 포함되다 보니 검찰이 그 경찰에게도 전화해 당시 저와 어떤 내용을 통화했는지 물어봤다”며 “그 경찰이 진술서도 제출했다고 들었다. 검찰의 일련의 행태가 정상적인 취재활동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의 통신내역 조회가 과거에도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기자가 피고발인 신분도 아닌 상황”이라며 “검찰이 정말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생각이 들고 향후에 익명의 공익제보자 같은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한 전례를 남겨준 것 같아 상당히 걱정스럽다. 검찰이 조회한 이틀 동안 제 취재원이 다 드러난 부분도 참담하다”고 했다.


검찰이 취재원을 찾아내기 위해 기자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1일(왼쪽부터)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정성인 경남울산기자협회 회장,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창원지검 민원실에 항의서를 전달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경남울산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는 21일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문을 민원실에 접수한 상태다. 정성인 경남울산기자협회장은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는데 아직까지 검찰의 반응은 없는 상태”라며 “일단 검찰 측 대응을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향후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검찰의 수사 기법을 떠나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들, 내부의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원천봉쇄하는 굉장히 나쁜 사례가 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