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경우 인터넷에 사진이 게재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다른 신문사보다 많은 항의를 받는다. 게다가 최근엔 과거와 달리 기자가 판단해 현장에서 초상권 동의 여부를 묻는데 당시 동의했던 사람도 나중에 댓글 등을 보고 제소해 부장들이 언중위에 출석하는 일이 흔치 않게 있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서명까지 받아야 완벽하고 아니면 동의 여부를 들었던 사람이 증인으로 서야 한다고 하더라. 그것도 감경되는 정도라 어디까지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그 정도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과연 취재와 보도가 가능한 건지 막막하다.” 20일 열린 언론중재위원회의 ‘디지털 시대 신 초상권 침해’ 토론회에서 배재만 연합뉴스 사진부장이 현업 기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언론의 초상권 침해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드론 등 촬영 장비의 발달과 인터넷으로 인한 일반 대중의 정보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며 언제, 어디서든 초상이 수집될 수 있고 누구든 초상권 침해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초상권을 침해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어 언론사의 각별한 주의와 책임이 요구된다.

언중위에 따르면 언중위가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조정·중재 신청현황을 수집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초상권 관련 조정은 총 1158건이다. 이 중 최근 5년간(2013~2017년) 접수된 초상권 관련 신청 건수만 681건이고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45건의 초상권 침해가 청구됐다. 김태호 언중위 교육본부 연구팀 차장은 “언중위에 접수되는 조정 신청 대부분이 명예훼손이라 초상권 침해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가장 쉽게 침해될 수 있는 유형 역시 초상권”이라며 “디지털 기술과 초상권이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최근 가장 중요한 인격권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초상권 침해일까. 초상권의 보호범위는 기술발전과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한이 없다. 대신 초상권이 제한되는 영역은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장소 △공개된 집회·시위 △공적 기록이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이 공원, 개방된 등산로, 스포츠경기장 등 누구나 촬영할 수 있고 촬영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초상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나 201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시위 현장의 사진촬영, 공표는 원칙적으로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데서 알 수 있다.
다만 위의 조건에서도 모든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2010년 부산지방법원은 귀성길 교통상황을 전하면서 요금소 직원을 촬영한 방송사에 초상권 침해를 인정했고, 서울중앙지법도 2010년 촬영 대상을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시위 현장을 촬영하면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엔 초상권 침해 양상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사례를 보자. 2011년 한 방송사가 공익제보자 A씨를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을 때 의정부지방법원은 “방송사가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제보자의 음성을 채 변조하지 못했고 뒷모습은 완전하게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제보자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서 초상권 침해를 인정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전문 기술을 동원해 모자이크 상당 부분을 제거하고 A씨임을 인식할 수 있는 동영상을 유포한 경우에도 방송사가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될 수 있다. 장태영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예상하기 어려운 전문 기술이 동원되는 경우까지 방송사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시간이 지나 모자이크 제거가 보편적인 기술이 된다면 언론사가 이러한 기술까지 대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초상권과 보도의 자유, 초상권과 알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두 기본권 모두가 합리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질서 속에서 초상권과 보도의 자유가 어떤 서열관계를 갖는지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의 기본권만을 타 기본권에 우선시키지 않고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언론보도의 사전적·절차적 로드맵을 제도화하거나 독일의 예술저작권법 규정처럼 초상권 주체의 동의 없이 사진 등을 유포 또는 공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