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기자협회보는 연합뉴스가 여성 차별적인 방식의 기사 표기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는 온라인 기사를 썼다. 기사에서 인물정보를 표기할 때 남성은 괄호 속에 나이만 쓰고, 여성은 나이와 함께 ‘여’라고 병기해 온 그간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후 좀 놀라운 경험을 했다. 29일 오후 두 시 현재 트위터에서 해당 뉴스링크를 담은 트윗 몇 개의 리트윗 수를 합치면 1만회가 넘는다. ‘마음’은 2000회 넘게 찍혔다. 여러모로 현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젠더 이슈와 관련한 독자 인식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개별 언론사의 기사 표기방식 변화를 다룬 뉴스에 반응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미디어전문지에서나 다룰 소식에 반응했다. 연합뉴스가 젠더 이슈에 대응해 기존 보도 관행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한 한 단계 도약이다. 국가기간통신사가 조직차원에서 지침을 내리고 취한 변화는 충분히 고무적이라 평할 수 있다. 다만 독자가 더 빨랐다. 연합뉴스 개정 한참 전 트위터에선 해시태그(#)를 통한 표기방식 변화 캠페인이 있었다. 대다수 언론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다.
개정안 시행 후 연합기사에 대한 비판에서도 독자 인식 수준은 확인된다. 당초 지침 하나 변화로 그간 연합이 꾸준히 비판받아온 ‘젠더 감수성’ 문제가 한방에 해소되긴 어려웠을지 모른다. 예컨대 개정안이 시행된 16일 이후 연합은 국방일보 장병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 <“걸그룹, 軍생활에 힘이 됩니다”… 부모님·전우 이어 3위> 기사를 내놨다. 걸그룹 등의 군부대 공연을 두고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굳이 3위의 걸그룹을 제목으로 뽑는 게 맞는지 지적이 있었다. <친딸 2명에게 수년간 몹쓸 짓… ‘인면수심’ 징역 12년>처럼 더 명확한 적시가 가능한 데도 굳이 ‘몹쓸 짓’이란 표현을 쓰는 게 혐의를 희석시킬 소지가 있지 않은지 비판이 나왔다. 여성이 피해자인 기사에 반드시 여성 실루엣이 들어간 일러스트가 포함돼야 하는지를 두고도 쓴소리가 잇따랐다. 사실 해당 기사가 이만큼 조명 받은 덴 연합 기사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이 컸던 측면이 있다.
그렇게 연합의 결정은 언론계 전체로 돌아오는 과제를 남긴다. 언론이 국민 일반의 요구에 완벽히 부응한 적은 없었지만 ‘기대 수준’과 ‘현실’의 격차가 이처럼 큰 사안이 있었을까. 연합의 변화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기사에서 ‘남’·‘여’ 모두를 기록하거나 빼는 방식은 일차적이고 기계적인 방식의 균형을 권고하는 정도일 뿐이기도 하다. 그리고 독자의 요구는 확실히 그보다 더 나아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다루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가장 까다로운, 근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정 이슈에 한할지라도 언론의 어떤 대응에 환영하며 지켜보겠다는 독자 반응이 나오는 데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린 뭘 해야할까. 우려와 기대 속에서 구성원 하나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국가기간통신사 변화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생각해본다. 한 명의 기자, 하나의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