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으로 취임한 지 다섯 달째 돼가고 있다. KBS가 그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자리를 마련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KBS 혁신 중간보고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9일 출범한 양승동 사장 체제는 이날로 143일째를 맞았다. 지난 9월4일 고대영 전 사장의 퇴진을 외치며 KBS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제 곧 1년을 맞이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양 사장은 이날 취임 슬로건인 ‘새로운 KBS, 시민의 품으로’를 다시 강조하며 KBS를 시민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신뢰도 회복 △내부 개혁 △시청자 서비스 강화 세 부분으로 설명하고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신뢰도 회복, 최우선 과제
양 사장은 먼저 신뢰도 회복을 위한 여러 조치를 설명했다. 양 사장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잘못이 있으면 예외 없이 뉴스에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새로 부활한 탐사보도부에서도 성역 없는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취재·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고 편성위원회도 매달 정상적으로 열고 있다. 더 이상 ‘기레기’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 ‘시사본부’ 등 팩트 체크와 미디어 비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청자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다만 전반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며 “시청률보다 신뢰도에 더 가치를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하려 한다. 종편, 유료방송의 본격적 등장, TV가 아닌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형 변화에 맞게 KBS 뉴스를 혁신하고 KBS 저널리즘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 6월7일 정식 출범한 진실과미래위원회와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양 사장은 “과거 어떤 잘못을 한 사람을 다시 믿으려면 그 사람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외부인사까지 참여한 진미위가 과거 불공정 방송 사례, 보도 탄압 사례를 다양하게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결과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고 진상을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필모 KBS 부사장도 진미위와 관련 “과거에 일어났던 불공정 사례라든지 그와 관련된 항의나 부당한 지시에 대한 거부과정에서 나타난 인사조치, 편성규약 위반 행위 사례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현재 6건 정도의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라며 “그와 관련한 책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 앞으로도 계속 관련 조사를 해서 내년 3월까지, 필요하다면 6개월 연장해서 내부의 제작 자율성 침해와 부당한 인사 조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내부에서의 차별 철폐하겠다”
상위직급 과다, 방송계 불공정 관행, 성 불평등, 지역국 차별, 불투명 경영 등 내부의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양 사장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적절하지 않은 차별을 철폐해가고 있다”며 “신분상 차별을 받았던 계약직 직원 250여명을 올 연말까지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며칠 전 큰 틀에서 합의했다. 프리랜서 작가와는 표준계약서를 체결해 임금을 보장하고, 파견 용역 등 800여명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확한 실태조사를 해 올 연말까지 처우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외주제작사를 독립제작사로 명칭하고 독립제작사가 최저임금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기본제작비를 3.5% 올려 지급할 것”이라며 “수익금과 협찬금 저작권 배분비율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연 10억원 가량의 창작지원기금도 마련해 독립 PD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갑질’ 같은 불공정행위나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온라인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도 다음 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성평등센터 역시 현재 이사회를 통과해 센터장 외부 인사 공모 중에 있다”며 “빠르면 9월 말 경 정식 출범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 징계 시효를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려 처벌을 강화하는 등 명실상부하게 성 평등한 KBS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됐던 방만 경영과 관련해서도 양 사장은 개선점을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해 감사결과 KBS에 상위직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80~90년대 올림픽을 앞두고 단기간에 아주 많은 인원을 뽑았기 때문”이라며 “상위직급을 축소하기 위해 1단계로 지난 7월 관리직급과 1직급의 승진을 유보시켰다. 무엇보다 일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보직 맡지 않은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도록 연공서열식 직급체계를 책임자, 실무자, 전문가 그룹으로 단순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KBS를 효율적이면서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올해 200여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이 중에 1/3은 지역국에 배치해 지역국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장애인 채용도 대폭 확대해 3년 안에 50명 넘는 장애인을 고용하겠다. 디지털 모바일 전문가도 본격적으로 뽑아 내년 상반기에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에게 투명한 KBS 보일 의무 있어
양승동 사장은 투명성을 위해 시청자, 시민에게 KBS를 더욱 개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양 사장은 “시청자위원회 회의가 매달 열리고 있는데 지난달부터 회의를 SNS로 생중계하고 있다”며 “과거 사장이 전적으로 결정권을 가졌던 시청자위 선임 방식도 평직원들이 참여하도록 바꿨다. 또 KBS 홈페이지엔 시청자권익센터를 신설해 시청자 청원 페이지에서 1000명의 시청자가 청원에 동참하면 관련 책임자가 답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는 수신료로 운영되니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며 “저를 포함한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지난 5월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KBS 홈페이지엔 양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사용한 대외업무협의, 대내업무활동 비용이 월별로 정리돼 있다. 양 사장은 4월부터 7월까지 797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양 사장은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시범서비스 지역 세 군데를 선정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고도 밝혔다. 양 사장은 “지역에선 매일 본사 뉴스 30분에 지역 뉴스를 5분 정도 붙여 내보내는데 제주에선 35분 전체를 총국에서 맡아 데일리 뉴스 시사프로를 방송할 예정”이라며 “광주에선 지역 모바일 뉴스를 확대하고 부산에선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미디어 교실을 열 계획이다. 이들 지역국엔 예산과 인력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