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 이사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언론시민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촛불정신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지는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인 만큼 방통위가 기존의 ‘밀실 선임’ 관행을 깨고 언론계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8월이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 임기가 만료된다. EBS 이사회 임기도 9월까지다. 방문진, EBS 이사 임면권과 KBS 이사 추천권을 가진 방통위는 다음달 이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열리는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41개 단체는 지난 21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방송독립시민행동)을 발족하고 △독립성 △시민검증 △공정성 등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3대 원칙으로 요구했다. 정치권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손을 떼고, 방통위는 ‘공영방송이사시민검증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모든 후보자의 정보와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현행 방송법이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에서 추천(임명)한다”고 규정한 게 전부지만, 실상 여야가 7대4(KBS), 6대3(방문진, EBS)의 나눠 먹기 식으로 선임해온 것이 그동안 관례였다. 방통위가 이사 후보자 공모 절차를 밟긴 했지만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방통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해준 정당에서 만든 명단을 사실상 ‘승인’하는 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사 후보자들의 신상이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인카드 유용으로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나 ‘골프 접대’와 ‘여성도우미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방문진 이사 등 공영방송 이사들의 자격 미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깜깜이’ 식 이사 선임 절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투명하고 공개적인 이사 선임”을 핵심으로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는 정치권의 이사 선임 개입을 중단하고, 시민이 후보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해 방통위가 서류심사 후 후보자를 2배수로 압축하면, 시민검증단이 공개 정책 설명회와 심사를 통해 1.5배수로 압축하고, 방통위가 전체회의에서 이사 후보자를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언론노조 등은 앞서 지난 12일 이효성 방통위원장 등을 만나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의견서를 전달했다. 방통위 안팎의 반응을 종합하면, 적어도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존의 밀실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의 입장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고 동의한다.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대한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위원장의 의지 또한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민검증단 운영의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야당 추천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관건이다.
방송법의 규정대로 공영방송 이사회가 “각 분야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는 특정 성별과 세대 및 직업군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S 이사들의 평균 나이는 62.6세이며, 방문진은 58.9세다. 게다가 3대 공영방송 이사 29명 중에 여성은 단 2명으로 7%에 불과하다. 이에 언론연대는 지난달 말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임명 절차 개선방안’을 제안하며 양성평등기본법 및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해 특정 성(性)이 공영방송 이사회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언론연대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기준’(지수)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면서 “방송에 관한 전문성을 중시하되 세대와 계층, 사회 각 분야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균형성 있는 구성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