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4일,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은 적도의 땅을 향했다. 비행시간만 7시간,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였다.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을 나오자 오는 8월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알리는 광고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이 공동참가하는 첫 국제체육행사이다. 남북 관계가 진전을 보이고 있고 북한도 외교 무대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시기였기에 우리 대표단에게도 물론 큰 관심 거리였다.
◇라마단·트럼프발 ‘잠 못 이루는 밤’
이튿날 우리가 방문한 인도네시아 국토교통부는 마침 우리에게 브리핑할 주제를 아시안게임으로 정해놓은 상태였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를 자국의 국격과 위상을 한층 드높일 기회로 삼고 ‘으느르기 아시아’(아시아의 힘)란 표어를 내세우며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경기장과 부대시설 건설, 개·보수는 상당 부분 완료됐다.
인도네시아 측도 북한의 참가 여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4월30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카르타 므르데카 궁에서 인도네시아 주재 남북 대사(김창범 한국대사·안광일 북한대사)와 면담을 갖고 아시안게임 공동참가 문제를 논의했다고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자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듯, 인도네시아 측도 그 점을 기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자카르타에 도착한 날 밤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는 이런 인도네시아 측의 기대를 어둡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대표단의 밤잠을 설치게 한 대표적인 두 가지 요인은 라마단(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하는 이슬람교 의식) 기간임을 알리는 새벽 방송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아닐까 싶다.
◇차량 정체를 보는 조금 다른 시각
자카르타의 차량 정체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랬다. 최악의 교통 체증으로 하루에 1~2개 일정밖에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공 여부와 도시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느꼈다. 인도네시아의 초청은 감사했지만, 우리는 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이전 완공될 것으로 기대됐던 자카르타 도시철도(MRT)와 경전철(LRT)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그런데도 인도네시아 측은 우리의 우려를 좋게 말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완공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내다봤다.
우리 대표단의 일부는 “교통 체증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일까,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의 성공을 바라는 애정 어린 지적이다. 다만 경전철 일부 구간을 대회 기간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대회기간 임시휴교, 선수 전용도로 운영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자카르타와 팔렘방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지 발리에도 대회기간을 전후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현지 소방 당국은 방문객들의 안전과 긴급 대응을 위해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우리 대표단에게 설명했다. 특히 긴급 차량이 이동할 땐 길을 우선적으로 양보하는 시민 의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인도네시아의 서민 음식 ‘미고렝’과 북한의 향토 요리이자 우리의 음식이기도 한 ‘냉면’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둘 다 ‘누들’이고 미고렝의 매콤한 소스는 우리의 입맛에도 익숙하다. 다만 미고렝은 보통 시원한 육수에 말아 먹지는 않는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미디어 환경에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1만개가 넘는 섬들로 이뤄진 면적 세계 15위의 대국이다. 조밀한 곳에 모여 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과 배송 환경을 갖춘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민의 SNS 활동은 우리보다 활발하다고 현지 주재 외교 당국자들은 분석했다. SNS를 통한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의 선거 유세는 당락을 좌우한다고 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향후 미디어 환경이 될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인도네시아기자협회가 앞으로 더욱 생산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상호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