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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들, 매일 밤 '트나잇'

트럼프, 습관처럼 심야에 '트위터 중대 발표'

김고은 기자  2018.06.14 14: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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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나잇’이란 말이 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와 나이트(밤)를 합성한 조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밤(이하 한국 기준)에 트위터<사진>로 중대 발표를 하는 버릇 때문에 생긴 말이다.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지난달 11일 한겨레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신문 인쇄와 발송까지 모두 마친 지 20여분 뒤인 밤 11시40분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왔다. 북미 정상회담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한겨레는 다음날 1면에 사과문을 내야만 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밤중에 민감한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언론사 뉴스룸들이 진땀을 흘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회담 개최 소식을 전한 것도, 갑작스럽게 취소를 통보한 것도 모두 밤 11시 이후였다. 그때마다 방송사들은 정규편성을 끊고 속보 체제로 돌리고, 신문사들은 1면 머리기사를 통째로 바꿔야 했다. 덕분에 편집부와 야근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지사. 특히 정치부와 함께 북미정상회담 이슈를 담당하는 국제부 야간 근무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YTN 국제부 한 기자는  지난 8일 “원래도 긴장 상태인데 북미회담을 앞두고 어떤 속보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도 2배고 압박감도 심하다”고 말했다.



‘원흉’은 트위터다. ‘파워 트위터리안’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관련 입장이나 G7 정상회의에 대한 불만 등을 트위터에 쏟아놓는다. 국민일보 국제부의 한 기자는 “트럼프가 (미국 시각 기준) 아침 6시쯤 일어나서 트위터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긴장해야 한다”며 “북미회담이 끝나면 한 고비 넘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함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트위터도 주요 체크 대상이다. 폼페이오는 지난 11일에도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YTN 기자는 “트윗을 단순히 번역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행간을 읽어야 하는, 상당히 내공을 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끔씩 해석이 잘못되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그래서 늘 긴장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업무 부담도 늘었다. 국민일보 국제부 기자들은 북미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전원 출근했다. 국제부는 보통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요일 근무 담당자만 출근하면 되지만, 북미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로 인해 비상체제를 가동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4일 트럼프의 북미회담 취소 소동 이후 국제부 야근 담당자를 1명 늘렸다. 한국일보 국제부 한 기자는 “사람을 늘릴 순 없으니까 야근자만 늘렸다”며 “미국은 시차가 많이 나서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주로 야간이나 휴일에 발생하는 국제 테러 사건들도 국제부 기자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다. YTN 기자는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사건 때는 정말 수명이 줄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최근 웃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반푸틴’ 러시아 기자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음날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국제 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모든 것이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자가 기자회견에 ‘살아서’ 등장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것은 신문이 인쇄를 모두 마친 직후였다. 한국일보는 지면 PDF를 수정 발행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