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계에 거센 디지털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5년 무렵.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 ‘통합뉴스룸’을 외쳤다. 지면과 방송에 있던 기자들이 디지털을 넘나들며 본격적인 활약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그 이후 수많은 기자가 디지털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이 흘러 디지털에 뿌리내린 이들이 생겨났고 지면과 TV로 돌아온 기자들도 있다. 다시 또 다른 기자들이 디지털을 오가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언론사들은 디지털 퍼스트와 통합뉴스룸을 실현하고 있을까. 디지털부서를 경험했거나 몸담고 있는 기자들에게 국내 언론의 디지털 현주소를 물었다.

종합일간지 5년차 A 기자는 신문기사와는 다른 문체로 글을 쓰고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디지털에 재미를 느꼈다. A 기자는 “콘텐츠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뉴스가치를 판단하게 됐다”며 “특히 모바일에선 장문이 외면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글의 구성, 전개 양상, 문체에 따라 충분히 읽힐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발을 들인 기자들은 새로운 뉴스 생태계를 경험했다. 포털의 정책이나 뉴스의 유통과정처럼 취재부서에선 체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종합일간지 저연차 B 기자는 “기사 가치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뉴스 편집이 기사를 많이 읽히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언론사 내부의 벽도 실감했다. 조회수에 목매면서 저품질 기사를 쏟아내고, 지원과 투자 없이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다. 종합일간지 C 기자는 “트래픽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 연성뉴스를 엄청나게 쓰게 된다. 그럴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며 “취재부서 때보다 수당이 크게 줄어 동기들과 임금 차이도 꽤 난다. 디지털부서는 공채 기자 몇 명을 제외하고 계약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임금체계, 고용형태, 투자에선 디지털 퍼스트가 아니라 라스트”라고 꼬집었다. 디지털부서를 거친 언론사 중견 D 기자도 “언론계 디지털 시장은 뉴스 유통, 재밌는 영상으로 눈길 끄는 것 외에 창의적이고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디지털 지원과 투자가 지지부진하다면 경험자들은 다시 디지털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부서간·세대간 디지털 인식 차이가 크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면 중심의 제작 방식이 그대로인 상황에선 디지털은 늘 곁가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합일간지 E 기자는 “보수적인 한국 언론사에선 젊은 기자들이 창의성 있는 디지털 기획을 발제해도 윗선을 설득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주니어 기자들을 디지털로 보내기보다 데스크의 인식부터 바뀌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지금으로선 지면이 사라져야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 기자는 “지면 기사를 디지털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처음 기사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콘텐츠의 초점을 면 채우기 대신 사람들이 읽을 만한 포맷과 주제로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