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교열인력 강화에 나섰다. 종합일간지들이 교열부서 규모를 줄이고 더는 빈자리를 메우지 않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이례적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겨레는 지난 21일 교열기자를 포함한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한겨레에서 교열기자 채용은 7~8년 만의 일이다. 전진식 한겨레 교열팀장은 “업무에 비해 기자 수(6명)가 너무 적어 신규 채용을 계속해서 요청해왔다”며 “지면뿐 아니라 디지털 기사 교정교열도 필요해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종합·경제일간지의 교열기자 채용은 2000년대 들어 뜸해졌다. 이번 한겨레처럼 공개 채용은 더욱 드문 일로 꼽힌다. 교열기자 출신으로 한국어문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낸 엄민용 경향신문 스포츠산업팀장은 “한겨레를 제외하면 최근 20년간 교열기자를 정규직 공채기수로 뽑은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겨레의 교열기자 채용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조간종합지 9곳의 교열전담 인력은 각 5~10명이다. 20년 전 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종합지보다 사정이 나은 경제지 3곳의 경우 9~20명 수준이다. 교열기자들은 신문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사실상 채용이 중단됐고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정규직 대신 계약직, 파트타이머가 등장했다. 지난 2003년엔 조선일보가 교열부를 아웃소싱한 데 이어 2년 후 중앙일보도 교열부를 자회사로 분리했다.
한 종합일간지 교열담당 A 기자는 “신문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 인원 정리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교열부를 대상으로 삼는다”며 “대다수 종합지 교열부에선 막내가 40대 중후반일 정도로 오랫동안 기자를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 없고 인력도 줄다 보니 편집국 안에서 교열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인 이윤실 서울경제신문 교열팀장은 “신문이라는 상품의 맨 마지막을 보는 게 우리다. 취재기자들이 쓴 기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된 문장, 글이 되는지 내부에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채가 들어오지 않으니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결국 교열기자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말했다.
신문사에선 교열기자가 홀대받는 상황이지만 ‘언론의 신뢰’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다. 교열기자의 몫이 오탈자를 잡고 문장을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의 기본인 사실관계 확인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이들이 교열자가 아니라 교열‘기자’로 불리는 이유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은 “신문사의 교열은 어문규정 준수를 뛰어넘어 저널리즘과 국어학의 결합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10여년 전 한국경제신문이 교열부 명칭을 기사심사부로 바꾼 것도 교열기자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취재부서에서 근무하다 교열팀에 자원한 전진식 팀장은 편집국에서 교열기자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전 팀장은 “시민들이 언론에 요구하는 것은 신뢰이고 그 전제조건은 정확한 사실”이라며 “언론사, 기자, 기사 자체가 신뢰를 얻으려면 온전한 한국어, 되도록 쉽고 정확한 말로 사실을 전달하는 교열기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기레기란 말이 횡행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매일 보지 않느냐”며 “이런 시절에 객관적 시각에서 사실 여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도 교열기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역임한 이경우 서울신문 교열팀장도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언어의 문제부터 시작한다”며 교열기자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이 팀장은 “신문언어는 공적인 존재이자 국민의 언어생활에 본보기가 돼야 하는데 요즘엔 오히려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언어의 쓰임새를 소홀히 하는 글은 언론의 질뿐 아니라 신뢰 자체를 뚝 떨어뜨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팀장은 “언론의 위기를 말하면서 정작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면과 온라인에서 더 많이 읽히는 기사를 쓰려면 언어는 더욱 정확하고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교열기자가 본래 역할인 신문언어를 연구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