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현장으로 향하는 길은 한치의 막힘도 없었다.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을 4시간 앞둔 27일 새벽, 서울 도심에서 경기 파주를 잇는 자유로(50km)의 차량통행은 원활했다.
한참을 달리다 '판문점' 이정표가 보이는 구간에 접어들자 취재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정상회담 취재진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자유로를 지나 판문점 회담장의 길목인 통일대교 초입부터 중계차량과 기자들이 줄을 이었다. 검문을 통과해 다다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도 일찌감치 취재진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는 판문점에서 불과 5km 떨어져 있다.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을 제외하고 남측기자들이 회담장과 가장 가까이 설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은 개성공단이 2016년 패쇄되기 전까지 입주기업들이 매일 드나들던 문이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육로로 방북한 길이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했던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들, 예술단, 응원단도 이곳을 통해 남북을 오갔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인적이 끊긴 곳이지만 이날은 국내외 20여개 매체 취재진 300여명으로 북적거렸다. 취재진은 '2018 남북정상회담. 평화, 새로운 시작'이란 문구가 쓰인 출경 게이트를 배경으로 스튜디오, 취재 부스를 설치하고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새벽 5시부터 나왔다는 김영수 YTN 기자는 "회담장인 판문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에서 가장 가까운 곳, 역사적인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틀 전에야 파업을 풀고 취재에 나선 그는 "파업이 아니었다면 사전에 더 많이 공부하고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이번 취재가 기자 생활에 큰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지킨 서형석 연합뉴스TV 기자는 "정상회담을 취재하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벅찬 표정을 지었다. 서 기자는 "3년차 주니어인데 역사적인 현장에서 직접 중계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떨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기자는 "도라산 출입사무소는 개성공단과 떼려야 뗼 수 없는 곳 아닌가"라며 "경제부에서 파견나온 터라 개성공단 재개에 관심이 많다. 경제협력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니지만 관련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MBC 취재 부스에 자리 잡은 허유신 기자는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악화됐고 특히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도라산엔 인적이 드물었는데 정상회담 계기로 북적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저희 회사가 극적으로 다시 정상화 궤도로 들어서고 있는 것처럼, 남북관계도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중국 언론사 기자 여러명이 동시에 생중계에 나서 국내 취재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중국 CCTV 경제채널의 신희욱 기자는 "회담 3일 전에 도라산 라이브 방송이 결정됐다"며 "중국에서도 이번 회담에 관심이 크다.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사들은 도라산 남북출입관리소뿐 아니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도 특설 스튜디오를 설치해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취재진만 출입할 수 있어 조금 차분했던 도라산과 달리 임진각 등에선 취재진과 관광객이 섞여 있어 더욱 활기찬 분위기였다.
임진각에서 만난 유승진 채널A 기자는 "집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오전 7시부터 현장 중계를 시작했다"며 "북한과 가까운 현장에서 정상회담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어젯밤 잠을 좀 설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유 기자는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고 악수하는 모습을 실제가 아닌 휴대폰 생중계로 봤는데도 약간 울컥하더라"며 "평소 같았으면 일찍 출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기자로서 이날 하루를 열심히 일한 경험이 10년 뒤에도 뿌듯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