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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담 '원칙적 합의' 예상… 세부 협상, 북미가 하게 해야"

신문·방송 북한전문기자들 '4월의 한반도' 전망

김고은 기자  2018.04.04 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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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끝내 봄이 찾아올까.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았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도발하는 ‘막말’ 잔치가 벌어진 게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어느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괄목상대 할만한 ‘변신’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길게는 30년 가까이 남북문제에 천착해 온 북한전문기자들에게 남북-북미정상회담과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들었다.



-북한과 김정은의 변화, 어떻게 봐야 하나.
장용훈(연합뉴스): 김일성, 김정일 때와 달리 정상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거다.
왕선택(YTN): 김정은의 광폭 ‘미소 외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 제재를 풀고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김정은의 목표다. 고립, 은둔, 괴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인 셈이다.
이영종(중앙일보): 기본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건 본모습이다. 지난 6년, 특히 지난 1년간 우리 국민을 못살게 하고 한반도를 불안에 떨게 만든 책임을 묻고 김정은도 진지하게 과거의 잘못을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는 부분에 대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정책이나 전략적으로 잘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언론도 추켜세울 건 추켜세워줘야 한다.
남문희(시사IN): 김정은 시대에는 내부 시스템을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이라는 인적 카리스마가 크고 중요한 변수였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개인 플러스 그걸 받치고 있는 북한 내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정은으로 넘어오면서 당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기구들의 역할이 커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장용훈: 남북정상회담은 모멘텀이고 하이라이트는 북미정상회담에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원칙적인 합의들이 이뤄질 것이고, 디테일한 합의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하게 하는 게 맞다. 우리는 북미 회담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거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가 놓이면 앞으로 다양한 루트와 방식의 회담을 통해 충분히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왕선택: 북한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비핵화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결과가 기대된다. 다만 체제 안전 보장, 군사 위협 해소와 관련해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을 경우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용의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영종: 비핵화라는 게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만큼 기대도 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금물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남문희: ‘리비아식 해법’ 운운하는데 단번에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북한 비핵화는 보상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될 수 없다. 미국에 의한 안전 보장과 중국에 의한 경제 보상이 결합됐을 때 비핵화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전망 또는 주목할 점은?
장용훈: 적어도 올해 9·9절(북한 정권 수립일)까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미국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어필이 필요하다. 미국과 북한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고 문재인이라는 비교적 중재 역할을 잘하는 정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규범 속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
남문희: 90년대 말 경제 개발을 꿈꾸던 김정일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1호 열차를 타고 중국을 방문해서 중관촌을 찾았다. 이번에 김정은이 아버지와 똑같은 궤적을 밟았다. 아버지는 핵이 없어서 실패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김정은이 핵을 갖고 아버지가 실패했던 그 경로를 다시 한 번 밟아나가는 것이다. 일종의 경로의존성이다. 아버지가 만든 설계도를 따라서 아버지는 실패했지만 아들은 성공시키려고 한다. 그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추적해보려고 한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