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 이용마입니다.” 지난해 12월11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 안.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이날 암 투병 중인 이 기자를 비롯해 박성호, 정영하, 강지웅, 박성제 등은 선후배들과 얼싸안고 복직의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직언론인들은 이날을 위해 꼬박 5년을 기다렸다. 최승호 사장은 다음날 사내 인사도 단행했다. 그간 사측의 보복성 부당전보로 오랜 기간 취재 현장에서 쫓겨난 기자들은 수 년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기쁨도 잠시, 조직개편에 잡음이 일었다. 지난 경영진 하에서 요직에 있었던 이들은 ‘물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고, 최근에는 사내 직원들을 상대로 이메일을 열람했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전 사장 하에서 채용된 경력기자는 120여명. 이 가운데 30~40명 제외한 기자들은 모두 보도국 밖에 있다. “경력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함께 “변화를 위해서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감사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지난 2일에는 과거 경영진이 아나운서 등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부당전보와 징계 등을 계획한 사실을 확인했다. MBC A 관계자는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도 감사국이 파악했다. 관련자들은 인사위원회에 회부시키고, 자료는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BC의 B 기자는 “지난 경영진 하에서 부당하게 인사조치하는 방식으로 방송장악과 보도참사를 유발한 간부들은 철저하게 조사받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 청산 과정이 없으면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MBC의 문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어요. 6년 전이야 ‘지상파 프리미엄’으로 먹고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방송 환경이 완전히 변했거든요.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어떤 뉴스를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 등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결국 답은 신뢰 회복에 있는 거죠.”
MBC 정상화를 바라보는 언론계의 기대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청산만큼 ‘재건’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도국이 전열을 가다듬고 지난해 12월26일 박성호-손정은 앵커 체제로 뉴스데스크를 개편한 것도 이런 취지다. 물론 초반에 ‘소방관 CCTV 보도’ ‘지인 인터뷰 활용 리포트’ ‘문재인 신년 기자회견 10꼭지 보도’ 등은 논란거리로 남았다. MBC의 C 기자는 “실수가 계속 나오면서 ‘보도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근본적인 관행을 바꿔야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MBC는 지난 2월부터 단독 보도가 이어지며 안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법조-정치부에서 ‘삼성 장충기 문자’ 등 의미 있는 단독이 나오는가 하면, 팩트체크 코너인 ‘새로고침’과 기획 보도 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월과 3월에는 수상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보도국에 활기가 띄는 모습이다. 한국기자협회는 MBC의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에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한 데 이어, 방송기자연합회와 방송기자클럽,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MBC 보도를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565억원의 적자를 낸 MBC는 올 하반기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보도 신뢰 회복은 MBC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최승호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700억원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135억원의 제작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콘텐츠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내부에서는 전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입 공채 절차가 마무리되는 5월에는 한발자국 더 정상화에 다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