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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약강성' '친회사'…MBC 아나운서 성향 분석

과거 경영진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실행

이진우 기자  2018.04.02 15: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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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MBC 경영진이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에 이어 아나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작성부터 활용까지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MBC지난 201312, ‘아나운서 성향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당시 아나운서국 관할 임원)에게 보고된 게 확인됐다. 아나운서들은 강성’, ‘약강성’, ‘친회사적3개 등급으로 나뉘었고, 성향에 따라 인사 이동됐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MBC 아나운서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MBC 로비 앞에서 공정방송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모습.

MBC 감사에 따르면 당시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직접 개입했다. 지난 201410월 임원회의에서 방출대상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직적으로 인사에 활용한 것이다. 논의된 방출대상자는 총 78명으로, 공정방송 등을 이유로 당시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대다수다. 이들 대부분은 주요업무에서 배제됐고 상당수가 이른바 유배지로 알려진 신사업개발센터(광화문 인근)’,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구로)’, ‘경인지사(수도권)’ 등 본사가 아닌 근무지로 전보 발령됐다.

 

부당노동행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광한 전 사장의 경우 지속적으로 임원회의에서 사원들의 1노조 탈퇴를 독려했다. 인사고과 최하등급(‘R’등급)부여 교육 퇴출(해고)’로 이어지는 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최하등급자에 대해 반드시 해고 사례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주문을 넣기도 했다.

 

MBC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을 비롯한 당시 임원들은 기자, PD, 아나운서 등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방송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드라마 김OO을 연출로 쓰는 것은 문제다. DMB 주조정실로 보내자’ ‘노조 가입자가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재고해야’ ‘<진짜사나이> 제작진이 요청한 아나운서 거절등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 박영춘 감사는 2일 이같은 감사결과를 MBC 경영진에 설명하고,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관련자 2인과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관련자 4인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MBC전직 임원들의 부당노동행위 자료는 추후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검토조사를 마친 뒤 사규에 따른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같은 행위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국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한 방송 장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씨가 이미 재판에 넘겨졌지만,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범법 경영진이 기획지시실행한 수많은 버전의 노조 파괴, 공정방송 파괴 블랙리스트가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합은 진상규명을 위한 더 구체적이고 엄정한 추가 감사를 사측에 요구한다. 감사에서 밝혀진 새로운 증거들에 입각해, 블랙리스트 범죄와 부당노동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