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주 52시간 근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언론사에 법이 적용돼 기자들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꼼수, 개정안과 관련한 궁금증, 그동안 지켜지지 않은 근기법 조항 등을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에게 물었다.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는 언론사 범위와 대상은 어떻게 되나.
“예외는 없다고 보면 된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 52시간이 적용된다. 특히 근기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조항에 해당됐던 방송업도 이번 개정안에서 빠져 주 52시간을 적용받게 됐다. 근기법 제59조는 그동안 서면합의가 있으면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했던 조항이었다. 신문은 원래 특례업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정안에 따라 당연히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언론사 내 비정규직도 개정안의 영향을 받나. 언론사 임원은 어떤가.
“파견, 용역, 단기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언론사 내 비정규직 전부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고용 형태가 다르더라도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이 법의 적용 대상자다. 언론사 임원의 경우 어디까지를 임원으로 봐야 할지 따져봐야겠지만 언론사의 인력 역 피라미드 구조를 봤을 때 실장, 본부장, 심지어 이사라고 하더라도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보직이 있다 하더라도 월급을 받고, 사용자처럼 전권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경우 데스크가 되는 사람들은 한정적이고 나머지는 신사업부나 뉴미디어부서 등의 실장, 본부장이 되는데 그 사람들의 권한이나 책임을 봤을 때 사용자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습기자들도 개정안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나.
“당연히 그렇다.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과연 경찰서를 새벽까지 도는 제도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노동형태이냐는 거다.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속해 있는 부서가 일이 많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밖에 없을 때, 대신 회사에서 수당이나 대체휴가 등으로 보상하는 방법은 합법인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수당으로 지급받아도 안 된다. 해당 주에 52시간을 넘겨 일하고 그 다음 주에 대체휴가를 받는 방식도 안 된다. 특히 방송사의 경우 한 달 총량을 정해 주당 평균 52시간을 일하는 방식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고용노동부(고용부)에서 시행령이 안 나와서 지켜봐야겠지만 개정안 상으로는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은 가능한가.
“자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이 법의 취지가 아니다. 사실 일의 총량이 똑같으면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인력 충원이나 업무 효율 극대화 등 체계를 바꿔야 한다.”
-취재원과의 점심·저녁 자리는 근무시간에 포함되나.
“어떤 사업장이든 간에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는 휴게시간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을 거다. 그런데 사실 기자들은 점심시간에 취재원을 만나 식사하지 않나. 밥을 먹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하다. 실제 내용을 따져봐야 하는데 예를 들어 일을 하느라 밥을 못 먹었다거나 늘 점심시간에 대기를 해야 했다면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저녁의 경우 취재원을 만난다면 업무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으나 공식성 여부가 근무시간 판단에 중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친한 취재원과 한 잔 하는 것과 정부부처에서 기자간담회 겸 저녁식사를 할 경우 그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야 할 것 같다. 저녁 자리에서의 신제품 발표회, 긴급 기자회견 등은 당연히 업무다.”
-퇴근은 했지만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와 관련해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기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취재를 한 경우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하나.
“당연히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업무시간 이외 카카오톡 금지 법안이 나올 지경이다. 기자는 현장에서 사건이 터지면 알아보라는 지시가 많이 내려올 텐데 기사를 쓰지 않았더라도 알아봤을 경우 근무한 것이다. 문제는 추후에 근무시간을 입증하는 점이다. 최근엔 구두로도 지시하지만 대부분 채팅창에 대화가 남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당직자를 교대로 돌리든지 해서 급박한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담당 기자가 아닌 당직자가 처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
-마찬가지로 데스크지만 퇴근한 뒤에도 후배 기자들의 기사를 데스킹해야 한다. 수시로 기사를 체크해야 하는 경우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하나.
“이것 역시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연속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모든 시간이 대기시간이다. 자유롭게 어딘가를 가서 쉴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법에는 대기시간 모두 근무시간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이슈가 터져 밤 10시까지 야근하고 다음날 오전 7시에 출근했다. 이 경우 불법인가.
“근기법 상 연속 11시간 휴게 조항이 있지만 이는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방송업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특례조항에서 빠졌기 때문에 굳이 연속 11시간 휴게를 지킬 필요는 없다. 다만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받아야 하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다고 하는데 기자는 근기법 58조에 따라 재량근로로 분류돼 노사 간 합의만 하면 그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사용자와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합의할 수 있나.
“없다. 근기법 58조는 장시간 노동 허용 조항이 아니다. 이 법은 정보통신이 발전하면서 사업장 밖에서 일하게 된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워 만들어졌다. 출퇴근이 일정치 않고 돌발 상황도 많이 발생해 감시할 영역을 벗어난 사업장에서 근무시간을 협의하라고 만든 것이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하면 실제 7시간을 일해도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9시간 일해도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조항이 근기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근기법 제15조를 보면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무효’라는 조항이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현 언론사 재량근로 합의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서면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서면 합의가 없으면 무효다. 재량근로를 시행하려면 법에 나온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만약 8시간 재량근로하자고 서면 합의 없이 얘기했는데 실제 더 일한 것이 입증 가능하다면 임금체불 진정이 가능하다. 오늘로부터 역산해 3년 전 것까지 받을 수 있다. 서면 합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또 서면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명시해야 할 내용이 있다. 재량근로에 적용되는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론사 내에 다양한 부서가 있는데 그 중 어떤 부서를 재량근로 대상에 넣을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매일 내근을 하는 편집·교열기자나 국제부 기자들은 재량근로 대상이 아니다. 또 국회 출입 등 그룹으로 된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고 그 중 한 명의 관리자가 시간을 관리했다면 이 역시 재량근로 대상으로 부적절하다. 밖에서 일하더라도 계속 카톡 등으로 지시를 하고 통제를 해서 마음대로 스케줄을 짤 수 없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근무시간을 따져볼 수 없는, 정말 재량에 맡겨진 사람인지, 출·퇴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요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꼭 재량근로 합의를 할 필요가 있나.
“재량근로가 아니라면 시간 외 수당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언론사들 대부분이 포괄임금제라서 연장·야간수당이 묶여 있는데 받는 수당과 실제 근무한 시간을 살펴봐야 한다. 한 달 초과근무가 50시간인데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해서 계산해봤더니 받는 수당보다 부족하다면 나머지 금액을 모두 받아야 한다.”
-포괄임금제는 합법인가.
“포괄임금제는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포괄임금제는 대법원 판례로 인정된 제도인데 너무 악용되다보니 지난해 11월 고용부가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지침을 만들어 초안을 발표한다고 했다. 포괄임금제 적용 대상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포괄임금제라 하더라도 노사 간 합의한 시간이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무시하더라도 실제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이어야 포괄임금제가 적용될 수 있는데 언론사의 경우 재량근로와 연결해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라 하더라도 수시로 스케줄을 관리당하는 사람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 안 된다. 곧 고용부에서 확정된 지침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보고 따져봐야 할 것이다.”
-회사가 그동안 시간 외 수당을 정액제로 줬다. 통상임금의 150%가 되지 않는데 불법이었던 건가.
“신문도 방송도 노조마다 시간 외 수당에 관한 협약이 있을 것이다. 들여다보면 통상임금의 150%는 고사하고 시간 당 계산하면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수준의 노동을 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여태까지 노사 합의로 불법을 용인해 왔던 거다. 한 마디로 경영상 어려움을 빌미로 장시간 노동을 싼값에 부리고 있었던 셈이다. 업의 특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관행이란 없다.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한다.”
-주 52시간을 지켜주는 대신 사업주가 포괄임금을 깎겠다고 한다. 받아들여야 하나.
“이 경우엔 영세한 언론사 위주로 설명해야 맞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일부 임금을 축소한다는 건 불이익한 변경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임금체계를 보면 그동안 시간당 정해진 임금이 너무 낮았다. 열악한 곳일수록 일을 많이 해야만 보충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기본급 인상과 시간 외 단가를 높여서 보충해야 할 문제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당연하게 이뤄진다. 신고하고 싶은데 무엇을 증빙해야 하며, 누가 어떻게 처벌을 받나.
“근기법 53조를 위반하면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실형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사업주를 처벌하려면 증빙을 해야 한다. 기자의 경우 카톡 등 지시사항이나 기사 송고시간, 배포일시가 적혀 있는 보도자료 같은 것이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또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출퇴근을 했다면 티머니에 찍힌 내역으로도 가능하고 택시 신용카드 기록이나 자가용 블랙박스로도 출퇴근 기록을 증빙할 수 있다.”
-회사에선 주 52시간을 지키라고 하는데 데스크는 그 시간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업무 지시를 내린다. 제재할 방법은 없나.
“따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노조에 문제제기를 하고 내부적으로 조율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초과근무와 관련한 증거 자료를 모아 회사에 초과 근무수당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수당을 받는 것은 결과론적인 것이고 밤낮없이 업무하는 체제를 먼저 바꿔야 한다.”
-언론사 노조 등이 이와 관련해 사측의 대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임·단협이나 별도 자리를 통해 사측과 협상 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전략적인 부분은 각 언론사들이 알아서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상에 임하는 기본자세다. 업의 특성이 있고 지난 수십 년간의 관행이 있는데 과연 가능한가, 라는 의심을 갖고 들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참에 잘못된 장시간 노동, 비효율적 업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사측 논리에 말린다. 편법이나 빠져나갈 구멍을 컨설팅 받아 전면 개혁이 아니라 시늉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을 할 때 비용문제와 인력 충원 문제가 나올 것이다. 그걸 전제로 깔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틀을 전면적으로 바꾼 다음에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제도는 힘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당장은 혼란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초기에 논의를 거쳐 바꾸게 되면 안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언론계 전체가 ‘근무시간’에 대해 좀 무감각했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노동자, 사용자 쪽에 각각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 기자가 주말에도 일하나. 아니다. 현장에 기자가 있는 것이 진리라고 여겨졌지만 기자도 사람이고 노동자다. 이렇게 됐던 과정을 각자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일을 많이 하게 됐나. 그 전에도 기자들이 일을 많이 했겠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신문의 경우 종이신문의 위기로 부수와 광고가 계속 줄면서 무한경쟁 체제가 됐다. 방송 역시 케이블, 위성방송, 종합편성채널까지 확대되며 무한경쟁이 됐다. 일의 절대량도 늘어났다. 인터넷 언론이 몇 백개가 되면서 늘 긴장상태에서 기사를 써내야 했고 SNS 등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하는 일이 많아졌다. 시장상황과 맞물리며 근무시간이 긴 건 당연하다는 생각에 젖어들었다. 인력도 계속 줄었다. 쥐어짜는 데까지 이르렀다. 예전에 5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고 있다. 무제한 노동의 원인이 기자정신보다 외부에 있는 거다. 이제 각자가 지금의 노동이 단순히 기자정신에 입각한 노동인지, 불가피한 장시간 노동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노조가 없는 언론사들이 다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어떤 식으로든 변형된 유연근로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일하는 체제 자체를 바꾸는 운동이 돼야 한다. 공통의제를 놓고 사업장별로 대동단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