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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미투 보도의 문제점...해결책 있나

이진우 기자  2018.03.23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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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지난 129<JTBC뉴스룸>에서 법조계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 문화예술계, 학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으로 퍼지며, 언론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당하다라는 표현이 수동적이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했다라는 과거형은 마치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소지가 다분하다.

 

앞서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고, 더욱 자극적이고 노골적으로 피해자의 신상을 터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꼭 실명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몇 차례 당했고 구체적으로 강도가 어땠는지등 사건의 팩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은 수시로 배제된다.

    

단순히 선정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에 맞서 폭로한 피해자의 용기는 가려지고, 개인 대 개인의 진실 공방으로 둔갑된다. 이 과정에서 선거를 앞둔 공작이다” “꽃뱀이다는 등의 루머가 조장되고, 정파적 보도에 이르게 된다.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의 '언론의 미투 보도, 바람직한 방향'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은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을까. 2차 피해를 조심하는 수준에서 팩트 확인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될까.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의 언론의 미투 보도, 바람직한 방향세미나에서는 미투 보도를 둘러싼 여러 난제 속에서 언론의 역할과 해결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박진규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미투를 수용자들이 언론을 활용하는, ‘미투 미디어 운동으로 규정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언론이 최종 보호막으로 충실히 기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피해자 관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언론은 미투 혁명의 주체가 아닌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 팩트나 정황, 심경에 대해서 연쇄적 질문이 들어올 때 피해자는 고통스런 진술을 해야 한다. 이 때 피해자의 표정이나 태도, 말투, 어휘, 목소리, 복장, 외모 등의 정보가 그대로 전달된다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개입 여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주목하고, 직접 질문하고 사과 받는 역할을 언론이 담당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거시적인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여성 저널리스트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지난해 기준 여성 기자의 수는 전체의 27%로 여전히 불균형이 심각하다. 언론계 생산 구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미투와 관련한) 해법들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가 지나치게 판단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낌이 듭니다. 윤리적으로 타자에 대해서 너무 지레짐작하고 판단하고, 결정한 시각을 단정적으로 환원하는 점이 많다는 거죠. 성폭력과 관련해 사회적인 둔감함을 생산하는데 미디어가 그동안 자유로웠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희은 조선대학교 교수도 언론의 미투 보도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민감하게 다뤄야 할 소재를 둔감하게 다루는 부조리한 현실을 놔둬선 안 된다“‘진짜 미투인지 가짜 미투인지를 따지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피해자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끌어내고 시청자에게 공감의 기회를 주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언경 민주언론연합 사무처장도 피해자가 신상을 공개하지 않으면 오히려 가짜인 것처럼 돼버린 황당한 사태가 됐다. 언론이 개인 간의 싸움으로 몰고 가면서 중계하듯이 보도하는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편가르기식 보도가 아니라 애초에 왜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만연했는지,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만 기자 사회에 제대로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무심결에 한 행동이 2차 가해를 할 수 있고, 차별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단순히 이를 (클릭) 장사로 이용하려는 매체에 대해서는 징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한겨레21 기자는 여성 기자들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언론계는 남성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게이트키핑하는 사람도 대개 남자다. 성폭력이나 미투 관련 보도를 할 때 남성 시각이 많이 반영되는 이유라며 평소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기자와 달리 남성 기자들은 경험한 게 없어 그만큼 공감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권침해 요소가 강하고 남성 위주의 문화가 지속되고 있는 언론계의 각성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