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단 개혁, 단칼에 안 돼... 정부·언론 함께 준비해야"

민언련 '기자단, 존재 이유는?' 포럼

김고은 기자  2018.03.23 14:31:16

기사프린트

출입처 기자단 제도는 필요악인가. 기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거운 화두다. 필요‘악’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역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다.

그러나 사정이 어떠하든, 언론은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그 중심에 기자단이 있다. 지난해 2월, 지역의 한 민영 뉴스통신사 기자가 목숨을 끊었을 때, 동료들은 “신생 언론에 배타적인 출입처 장벽과 실적 압박이 낳은 참사”라고 비통해 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동행 취재한 기자들이 현지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에는 인터넷 기사에 기자단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와대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오마이뉴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 판결문을 공개해 법조 출입 기자단으로부터 출입정지 1년을, 한겨레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보도로 경찰청 출입기자단에서 출입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자단이 도리어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보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문. 기자단은 꼭 필요한 제도인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2일 개최한 ‘기자단, 존재 이유는?’이란 포럼은 기자단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자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출입처 시스템과 기자단 제도는 확 바꿔야 하지만, 단칼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게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포럼 '기자단, 존재 이유는?'이 22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렸다. 우선, 기자단 문제는 출입처 중심 제도에서 기인하며, 현행 출입처 시스템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기자가 되고 처음 4년 정도 사회부에서 출입처 없이 취재할 땐 특종도 많이 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국회랑 청와대, 법조를 출입하기 시작하면서 상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최지용 오마이뉴스 기자는 웃으며 말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출입처에서 나오는 기사들이 획일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경영 기자는 출입처와 기자단 제도를 “독점, 담합, 떼거리즘”으로 규정했다. “출입처 제도가 기자들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시스템인가? 절대 아니다. 독자와 시청자 관점에서도 출입처 시스템이 좋은 게 없다.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출입처 기자단 문화가 취재원의 ‘입’만 바라보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보도관행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이고 질문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보도자료와 취재원의 입만 바라보는 한국적 기자실 문화는 청산해야 할 언론 적폐 중 하나다. 기자들이 그동안 언론의 자유와 특권만 요구하고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지금 이 사태가 만들어졌다.”

정 연구교수는 다만 기자단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기자들 스스로가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규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기자단이 엠바고 등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정보를) 강력하게 숨기려는 취재원에게 공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등 긍정적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전제하며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취재원과의 밀착, 내부 기자들끼리의 담합과 타 언론사에 대한 배타성 등의 문제는 1960년대부터 지적을 받았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결국 출입처 중심의 취재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자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출입처 제도는 언론사 입장에선 취재의 편의성과 경제성 면에서 뛰어난 제도이고 정부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기자단이 효율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피차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따라서 양자가 동시에 변하지 않으면 결코 변할 수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참여정부 말기 추진했던 기자실 폐쇄 등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실패한 원인을 설명하며 “언론사의 변화를 요구하려면 기자실 폐지로 바로 갈 게 아니라 출입처 제도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정부의 충실한 준비가 선행됐어야 했는데, 공무원들이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외곽에서부터 출입처 제도를 무력화 하려는 노력이 축적되고,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들이 충분한 준비와 전문성을 갖추고 브리핑을 하고 정보를 다 공개하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취재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영 기자는 “지금 청와대가 하는 것처럼 더 많은 언론사와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백브리핑 수준의 정보까지 아무나 퍼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지용 기자도 “정부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일부 기자단에만 제한됐던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기자단 문제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단이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문호를 개방하면 문제는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편집기획위원은 “출입처와 기자단은 기자 스스로를 보호하기보다 가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의 진보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정보 취득의 선점권, 정보 접근의 우선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출입처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쉽게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지금과 같은 출입처 위주 취재시스템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출입처와 기자단을 기자들 스스로 박차고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