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8.03.22 10:24:14
이제훈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이 국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양상우 대표이사는 지난 21일 “적잖은 시간을 두고 거듭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후임 국장을 지명해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요청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 국장은 “창간 30년을 새로운 혁신의 동력을 모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면서 “미디어 급변 시대에, 안팎의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한겨레 편집국장한테 반드시 필요한 혁신의 열정과 의지가 취임 초만 못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도모할 혁신의 열정과 의지가 충만한 새 국장이 절실하다”는 뜻을 밝혔다.
양 대표는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한 이 국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보도를 지휘할 수 있기를 바랐고, 최소 중간평가 시기까지라도 편집국을 이끌어가길 기대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조직을 이끄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지’와 ‘열정’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현장에서 기여하겠다는 이 국장의 바람을 마냥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 국장 취임 후 발생한 한겨레 구성원의 죽음, SNS 댓글 파문, 일부 전통적 독자층의 비난과 이탈 등을 언급, “지난 1년은 돌아보기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편집국의 최선두에 서 있던 이 국장은 지친 밤 사건사고 수습에 매달리다 창백한 새벽을 맞곤 했던 것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편집국은 그럼에도 그 시절을 우직하게 잘 견뎌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 특종 보도들,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씨의 사망 사건, 강원랜드 등 채용비리 전반에 대한 집중 보도 등이 잇따랐고, 다시 한 번 압도적인 ‘기자상’ 수상기록을 세웠다”며 “특히 지난해 여름부터 대다수가 심드렁해 하던 평창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관련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는, 꿈 같은 현실의 도래에 한겨레가 큰 기여를 했다고 우리 모두 자부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후임 편집국장 지명 등 후속 조치와 관련한 방침도 밝혔다. 그는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 헌법개정 등은 물론 내부 혁신과제를 거론, “지금은 편집국 사령탑의 조그만한 공백을 한시도 허용할 수 없는 중차대한 상황”이라며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후임 국장을 지명해 편집국 구성원들게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편집국을 포함한 기자직군 정기인사도 더는 미룰 수 없는 형편”이라고 부연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약 1년 간 직(임기 3년)을 맡아왔다. 지난 1993년 한겨레 공채 6기로 입사한 이 국장은 체육부, 한겨레21부, 사회부, 생활과학부, 문화부, 정치부, 교육공동체부, 남북관계부, 민족국제부를 거친 통일‧외교분야 전문가다. 한겨레21 편집장, 국제부장, 사회정책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