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KBS 이사회는 차기 사장 후보를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3인으로 압축했다. 세 후보자는 24일 시민들 앞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밝히고 정상화 방안 등 심사숙고한 정책을 발표한다. KBS 이사회는 26일 이들 3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기자협회보는 세 후보자에게 KBS 미래 전략, 적폐 청산 작업 등을 물었다.
차기 사장 후보 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양승동 KBS PD는 1989년 KBS에 입사해 <세계는 지금> <KBS 스페셜>을 연출·제작하고 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 제21대 한국PD연합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의 전신인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반대 투쟁에 나섰다 2009년 징계를 받고 비 제작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 준비에 한창인 23일 오전, 양승동 KBS PD는 한창 바쁜 모양새였다. 그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차기 사장으로 잘 준비돼 있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양승동 PD와의 일문일답.
-KBS 차기 사장 후보 3인 중 한 명이 됐다. 3인에 뽑힐 거라고 예상했나.
KBS 내부 구성원들이 지난 10년간 함께 싸우고 같이 고민한, 그런 후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지와 요구를 이사회에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사실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경영기획서 등을 썼고 그래서 3배수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했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엔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 등이 있다. 여러모로 이전과는 다른 과정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듣기로 과거에는 청와대에서 사장 후보를 낙점하고 이사회에서 여권 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후임 사장 임명 제청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때는 청와대만 바라보고 다른 데는 별로 신경 안 써도 됐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이번엔 시민자문단을 두고 시민들에게 PPT를 하고 질의응답을 받잖나. 전체 시간이 5~6시간 정도 되던데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저도 프로그램 쭉 해오면서 제작 경영 전반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두 달 정도 기간 동안 많은 공부를 했다. 시민자문단이 사장 선임 과정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KBS는 권력의 방송이 아니라 시민의 방송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KBS 경영자로서 어떻게 준비가 돼 있는지,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KBS 사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파업이 142일까지 가리라고는 처음에 생각하지 못했다. 해를 넘기고 1월까지 장기 파업으로 가면서 KBS 독립이라든지 개혁, 정상화 이런 쪽에 대해 각 구역별로 많은 토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명망가라고 하더라도 아무나 와서 KBS 구성원들의 의지와 마음을 모아서 이끌어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KBS에 산적한 여러 문제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구성원들을 잘 알고, 지난 10년간 이들과 함께 현장에서 고민하고 저항한 사람이 리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체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가야 한다는 기류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그러면 누가 적합한지 그런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몇 사람이 등장을 하게 됐다. 그 후 만남과 토론을 거치며 저에게 그런 역할이 오게 됐다.
-KBS가 지난 시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은 KBS를 시민의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자기 정권의 전리품처럼 생각했다. ‘공영방송 너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 안 된다. 우리가 지적하고 요청하는 걸 반영해줘야 한다.’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다. 공영방송에 대한 잘못된 철학을 갖고 있었던 거다. 2008년 정연주 사장을 모든 국가기구를 동원해 강제로 해임시키고, 이정현 녹취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청와대 홍보수석이 요청 전화를 했다. 그런 식으로 정권 차원에서, 청와대에서 공영방송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서 통제하고 사장이 본부장과 국장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8년까지 조직 내에 있던 제작 자율성이 억압됐다. 일반 기자나 PD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보도해야 할 것, 탐사해야 할 문제를 하고자 하는데 2008년 이후에는 그런 것들을 못하게 되면서 제작 현장에서 많은 갈등이 생겼다. 싸움도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그런 것들이 점점 쌓이고 쌓여 조직문화가 냉소적으로 변하고 ‘못할 바에야 왜 열심히 일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도 생기게 됐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못 했다.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데.
제대로 보도해야 할 것, 분명하게 탐사하고 추적해야 할 시사현안을 제대로 못 다루니 KBS 신뢰도가 계속 떨어졌다. 2015년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내부에 자율성이나 창의성이 꽃피기 어렵게 됐다. 통제가 쉬운 조직 구조가 만들어졌고 창의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기가 쉽지 않아졌다. 사실 젊은 층들은 TV를 안보고 모바일 위주로 시청한다. 방송 환경과 매체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대응을 한다고 했겠지만 냉소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해 있고 유능한 사람들을 핵심 부서에서 배제시키다보니 내부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서 신명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안 됐다. 위기대응을 제대로 못한 거다. 방송 환경 변화에 따라 민첩하고 힘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
-KBS의 현재 신뢰도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나. KBS가 신뢰를 되찾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KBS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나 될까. 그 정도로 보고 있다. KBS가 당장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지난 10년간 MBC만큼 인력구조가 왜곡되지 않았고 파업 과정을 지켜보면 KBS 젊은 층들의 변화라든지 개혁 의지 요구가 상당히 강했다. 때문에 그런 의지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KBS가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MBC KBS 두 공영방송이 중심을 잡고 가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KBS 구성원들은 이병순 길환영 고대영에 이르는 지난 9년간 적폐 청산을 요구해왔다. KBS 내부에 어떤 적폐가 있다고 보나. 그 적폐를 어떻게 뿌리 뽑고 싶나.
지난 10년간 방송 공정성 위반 사례들과 제작 자율성을 억압하고 탄압한 사례들을 보면 어떤 적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KBS 내부에선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관련해 여러 번 충돌과 갈등이 있었고 불방사례도 있었다. KBS 신뢰도를 추락하게 한 그런 사례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사규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잘못된 인사 전횡은 없었는지 등도 조사를 해볼 예정이다. 한편으론 우리 적폐가 방송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외주 제작 시스템 등 잘못된 관행에도 있다고 본다. 촛불혁명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소위 말하는 갑질문화 이런 문제들의 실태가 어떤지, 열악한 처우가 어느 정도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해서 획기적인 대안을 준비하려고 한다.
-KBS 뉴스가 망가졌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뉴스룸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할 생각인가.
기자와 PD 등 보도 시사프로그램 구성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제작 자율성 보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장 임면동의제가 필요하다. 구성원들 동의를 전제로 해서 국장을 임명하고 면하는 것이다. 방송 30년 경험으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제도다. 그걸 시행하려고 한다. 또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재허가 조건 중 하나가 편성위원회 정상화였다. 고대영 전 사장이 편성위를 무력화시키려고 했고 때문에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잔여 임기가 짧다.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KBS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저는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할 거다. 무엇보다도 KBS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장이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고 대부분의 직원 역시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 과도기를 최대한 짧게 가질 생각이다. 새로운 사장이 지난 10년을 제대로 청산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서 KBS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