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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최종 면접 비공개 유감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  2018.02.23 13: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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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홈페이지 캡처.

“이번 KBS 신임 사장은 과거와 달리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절차를 거쳐 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 의견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절차에 관한 논의부터 공개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한 이사가 말한 내용이다. KBS 새 사장 선임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이사들은 이날 회의를 공개하며 앞으로의 사장 선출은 다를 거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매번 ‘밀실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폐쇄적이었던 사장 선출 과정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달랐다. 이사들은 투명성, 공개성, 시민참여성을 강조하며 사장후보평가 시민자문단(시민자문단)을 구성하고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KBS 홈페이지, my-K 애플리케이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과정을 생중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24일 사장 선출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집에서 KBS 사장의 정책을 탐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 같던 사장 선출 과정 막바지에 황당한 결정이 나왔다. KBS 이사회가 26일 사장 최종면접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KBS 이사들에 따르면 이런 결정은 “별 이견 없이” “길게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결정됐다. 비공개 결정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인사 문제는 그동안 KBS 이사회에서 공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KBS 한 이사는 “최종면접은 인사의 핵심”이라며 “특히 개인 재산 문제 등이 나올 텐데 공개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KBS 이사 역시 이사회 규정을 언급하며 “인사에 관한 문제는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사장 선출은 인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사들이 인사 문제와 관련됐다며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 건 방송법 제46조 9항에 따른 것이다. 46조 9항은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세 번째 호가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이다. 그런데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꼭 공개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KBS 사장 최종면접을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걸까. 당장 옆 동네 MBC는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내렸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해 12월7일 MBC 사장 최종면접을 공개하고 MBC 계정 인터넷방송을 통해서도 면접을 생중계했다. 방문진이라고 해당 규정이 없을 리 없다. 방문진법 제9조 6항에도 똑같은 공개·비공개 규정이 명시돼 있다. KBS 이사회의 논리가 궁색해지는 지점이다.


MBC 사장 선출을 취재중인 기자들이 지난해 12월7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MBC 신임 사장 후보 면접을 옆방 모니터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뉴시스)

둘째, KBS 이사회는 후보자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를 통해 모든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최종면접까지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면 정보 공개는 충분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다시 한 번 MBC 사장 선임과 비교해보자. MBC 사장 선임에선 정책발표회 이후 별도의 질의가 없었기 때문에 최종면접에서 방문진 이사들이 MBC 내부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질의를 전달했다. 동시에 이사들만이 알 수 있는 MBC 경영과 인사 등에 관한 주요 사안이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짧은 면접시간에도 제법 풍성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KBS는 후보들의 정책발표회 이후 시민들이 직접 질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시민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더 발전한 듯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이사들만이 알 수 있는 KBS 내부의 문제라든가 전문적 지식이 겸비된 질문을 우리는 들을 수 없다. 그 질문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 역시 들을 수 없다.


이번 사장 선거는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시대정신에 투명성과 공개성이 포함돼 있음은 당연지사다. “인사 문제는 그동안 비공개해왔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나갈 적기임도 물론이다. KBS 사장 선출은 그래서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KBS 이사회가 “이번 KBS 신임 사장은 과거와 달리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절차를 거쳐 임명해야 할 것 같다”는 초심을 되새겼으면 하는 건 그런 바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