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달의 기자상(2017년 12월) 수상작에 경인일보 인천본사 특별취재팀의 <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가 올랐다. 취재팀은 1년 동안 실향민 17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들의 남한 정착기를 연중기획 시리즈로 보도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실향민들에 대한 간헐적 보도를 압도하는 역작", "현장감이 돋보인 기사"라고 호평했다.
인천 기자사회에서 '실향민' 아이템은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하는, 밀린 방학숙제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 실향민들의 피란처였던 인천에는 지금도 5000명 가까운 실향민이 살고 있다. 그들은 연안부두 어시장 상인, 소래포구 쌀장수, 부평 벽돌공장 인부, 강화 인삼밭 농부, 영흥도 염부, 미군부대 잡부, 시청 공무원 등으로 살아오며 인천 현대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취재를 이끈 정진오 정치부장은 "10대 때 인천에 정착했던 실향민들이 지금은 80대가 됐다. 타향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삶이 인천의 현대사를 구성해왔는데, 이걸 놓치면 역사의 한 토막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며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향민 취재팀의 막내인 박경호 기자는 "실향민 한 분당 네댓차례 만났고 매회 2~3시간씩 인터뷰했는데 증언을 검증하는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며 "절판된 책, 도서관,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진을 뺐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1년간 50차례 연재한 실향민 기획보도를 한 데 묶어 올해 하반기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실향민 1세대의 증언을 기록한 것뿐 아니라 취재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도 인천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
경인일보 인천본사 특별취재팀의 책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2000년 100회에 걸쳐 인천의 근현대사를 다뤘던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를 시작으로 2009년 <인천 인물 100인>, 2012년 <세계사를 바꾼 인천의 전쟁>, 2015년 <인천문학전람>, 2017년 <인천 고택>까지 기획기사를 바탕으로 펴낸 책이 여럿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정 부장은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보완해 수차례 단행본으로 내는 작업은 어느 신문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기자들 공동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보람되고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과 취재팀이 지역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게 지역언론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역 기자는 그 지역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 시작이 역사 알기다.' 정 부장이 늘 품어온 생각이다. 인물, 전쟁, 문학, 고택, 실향민 등 특정 주제를 놓고 깊게 취재하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자신했다.
목동훈 기자는 "부족한 인력에도 지역의 역사, 현상을 깊고 오랫동안 취재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신문사와는 큰 차별성"이라며 "올해는 <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더욱 수준 높은 기획기사와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동료들과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재 경인일보 인천본사 편집국장은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이 국장은 "고속성장 중인 인천에서 언론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개발 과정과 미래상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기획을 하고 책을 내는 것"이라며 "큰 책임을 쥐어준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지역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후배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