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노사합의 파기, MB 칭송 칼럼, 성희롱 트윗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최남수 사장이 31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2월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5일 오전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YTN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섰다. 해외 특파원 6명 전원을 비롯해 조합원 73.5%가 연차 투쟁으로 뜻을 모았다. 선포식 현장에는 13개 지국에서 상경한 기자 20여명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했다.
권준기 YTN지부 사무국장은 "조합원은 아니지만 대의에 동참하겠다며 연차 휴가를 낸 분도 있다"며 "연차를 내지 못하는 휴직자, 송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도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박진수 YTN지부장과 조합원 200여명은 '幽靈社長 戰勝南洙(유령사장 전승남수)'가 적힌 부적을 사장실 문 앞에 붙였다. '최남수를 상대로 승리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뉴스편집부와 앵커실이 있는 4층, 보도국이 자리한 3층을 돌며 '최남수 퇴진과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사옥을 나선 뒤 차가운 바닥에 방송기자의 상징인 마이크와 카메라, 노트북을 내려 놓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에는 서울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YTN 최남수 사퇴를 위한 총력투쟁 출정식'을 개최했다. 영하 13도에 달하는 올 겨울 최강 한파. 살을 에이는 추위에 손끝 발끝이 모두 얼어 붙었지만 투쟁 열기는 뜨거웠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들어선 YTN지부 조합원들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꿋꿋하게 '최남수 OUT'을 외쳤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출정사에서 "YTN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2008년부터 쉼없이 싸워왔다"며 "YTN지부는 10년의 싸움을 끝내고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노사합의를 맺고 최남수를 받아들였지만 최남수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YTN지부와 최 사장은 김 위원장이 중재한 협상을 통해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 발전을 위한 노사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보도국장 인선, 지명 기한 등 구두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됐고, 결국 이달 초 합의는 파기됐다.
김 위원장은 "언론사는 신뢰를 먹고 산다. 무너진 YTN의 공정보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선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그런데 최남수는 계속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 하고 있다. 중재자가 있는 합의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추운 날에 우리가 모인 이유는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라며 "신뢰를 저버린 최남수는 YTN에 1초도 머물러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 고대영 사장 해임으로 142일간의 총파업을 끝낸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0년 전 YTN이 시작한 언론적폐와의 싸움, YTN이 끌낼 것이라 믿는다"며 "최남수의 표정에서 고대영과 김장겸(전 MBC 사장)이 보인다. 책임질 줄 모르고 도망치기 바쁘고 말 바꾸는 사람들은 얼마 못 간다. YTN에서 언론적폐 청산의 종지부를 찍는 승리 소식을 전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와 함께 파업에 나섰던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연대사에서 "2008년을 똑똑히 기억한다. 저들은 YTN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냈고 KBS엔 경찰을 투입했고, MBC에선 PD수첩 PD들이 검찰에 연행됐다"며 "적설의 시간은 길지만 해빙은 순간이라는 말을 이번 파업에서 실감했다. 이미 여러분은 승리했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도 "최남수는 언론개혁하자는 밥상에 숟가락을 내밀고 있다"며 "단 한 숟가락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가 차린 밥상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고 말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꽃길과 비단길을 걸어온 분이 어렵사리 맺은 노사합의, 신뢰를 저버렸다. 보도전문채널 YTN 사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며 "협회장으로서 YTN이 정상화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지난해 촛불을 든 국민들이 바로 이 자리(광화문광장)에 있던 YTN 중계차를 향해 YTN은 기레기다, 너희들이 무슨 방송을 하느냐고 꾸짖었던 게 제 몸에 문신처럼 느껴졌다"며 "(사측이) 해직자(지난해 복직)를 적폐로 모는 상황에서 마지막 일전으로 보도국 독립, 다시 한 번 YTN 정상화의 길을 만들겠다. 이것이 YTN의 운명이라면 처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YTN지부는 이날 발표한 '최남수 사퇴 총력 투쟁' 선언문에서 "최남수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사회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만적 재산환원과 비리 투성이 4대강 사업을 칭송하는 부적절한 처신을 해왔다"며 "몰상식한 성 의식을 드러내는 등 YTN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이런 부적격성에도 노조가 보도국 정상화라는 대의를 위해 서명한 노사합의문을 일주일 만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노조 공격에만 열을 올리는 최 사장이 출근조차 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YTN의 보도와 경영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며 "사내 적폐세력들은 회사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직 사장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최 사장뿐 아니라) YTN 사태의 주범 김호성 상무도 혼란의 책임을 지고 본인의 약속대로 즉각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사측은 사회원로, 언론단체 인사 등 277명이 '최남수 사퇴 촉구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자 입장문을 내고 "YTN 노조는 최 사장과 현 경영진을 적폐로 몰아세우며 사퇴를 요구하고 심지어는 "회사를 나가라"고 하는 폭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최 사장에게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YTN은 이른바 적폐가 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사업장이 아니며, 상무 이하의 현 경영진은 낙하산 논란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사장추천제'와 보도국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도입했으며 구성원들의 숙원이었던 해직자들의 복직을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