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18.01.24 13:32:47
고대영 KBS 사장이 해임됐다. 지난해 9월4일 고대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KBS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142일 만이다. 고 사장의 해임제청안은 지난 22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찬성 6표, 기권 1표로 의결됐다. 23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제청안을 재가함으로써 고 사장은 24일 0시부로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고대영 사장 해임으로 KBS 재건에 닻이 오르면서 차기 사장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인물이 오느냐에 따라 적폐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가 진정으로 이뤄질 수도,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수영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10년 동안 KBS 내 적폐와 함께 싸워온 개혁적 인물이 사장이 돼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가치와 독립에 대한 의지가 명확하고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처 가능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유정 KBS 기자도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진짜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며 “최근 방송계 ‘갑질’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말로만 공정방송을 외치지 말고 그런 불합리한 부분들까지 바로잡는 사장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기 사장 후보로는 김진석 전 일요진단 앵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낸 엄경철 기자, 정필모 해설위원, PD연합회장을 지낸 양승동 PD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KBS 출신 외부 인사 몇몇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KBS 한 기자는 그러나 “거론된 분들 중 사장 공모에 나가지 않겠다는 분들도 있어 예측할 만한 후보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근거 없는 소문의 단계인 것 같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장 선출 일정은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여권 측 한 KBS 이사는 “24일 열리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장 선출 일정과 방법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를 시작할 것 같다”며 “공백이 오래 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빨리 뽑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고와 검토 등에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좋은 사장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늦어지더라도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사장추천위원회나 최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사장을 뽑은 방식 등도 참고할 만하다. 여러 방안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BS 사장 선임은 KBS이사회가 좌우해왔다. 사장 공모 지원자를 대상으로 5명 안팎을 가려 표결을 통해 최종 1명을 뽑았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이 개입하면서 논란이 적잖았다. 방송법 제50조 2항은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사장은 국회의 인사 청문을 거쳐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사추위든 국민추천시스템이든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의견을 반드시 사장 선출에 반영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KBS 다른 한 기자는 “최선은 MBC처럼 공개 면접을 하거나 질의응답을 받는 등 최대한 국민과 소통해서 뽑는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사장 선출이 빨리 돼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새 사장이 시급하게 해결할 조직 내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24일 오전 9시부로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다. 다만 기자들은 새로운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공정방송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피켓팅과 국·부장단의 자진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김시원 KBS 기자는 “MBC처럼 파업 이후에도 내부 투쟁은 계속된다”면서 “뉴스TF와 제도TF를 의논해왔던 분들은 그런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특별취재팀에서도 분야별로 정상화 이후의 보도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