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임금피크제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2019년 정부보조금 지급 중단을 앞두고 임피제 합의안을 재논의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곳이 생겨났다. 뒤늦게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면서 언론사도 임피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사가 임금 삭감 폭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동안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임피제 논란은 당사자와 비당사자 간의 세대갈등까지 불렀다. 그해 1월 CBS에선 시니어 110여명이 2노조를 결성해 노사 임피제 합의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일방적인 합의로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사측은 시니어의 반발을 수용해 임금을 깎는 방식이 아닌 근로시간 단축안을 도입했다.
올해부터 임피제 협상을 시작한 국민일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임피제 당사자이거나 적용을 앞둔 고참 기자 11명이 임피제 재논의를 요구하며 2노조(국민일보노동조합)를 만든 것이다.
국민일보 1노조와 사측은 지난 6월 임피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최종 서명은 7월 들어선 후임 노조 집행부에 미뤄둔 상황이었다. 사측은 임피제 적용 대상이 생기자 먼저 잠정안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최종안이 타결되면 그 시점에 소급분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당사자들은 사측이 불법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2노조는 출범을 알리는 글에서 “그동안 새 노조를 만들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결국 우리의 권익은 스스로 나서서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도입 2년…여전한 숙제
현재 주요 종합일간지, 경제지 대부분이 임피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내년부터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고 애초에 정년이 60세였던 한겨레는 임피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언론사 곳곳에 ‘임피족(임피제 적용자)’이 본격 등장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 먼저 인건비 부담이다. 개인이 받는 임금은 줄어들지만 정년이 최대 5년씩 늘어난 만큼 회사 전체가 떠안아야 할 임금 총액은 늘어났다.
역삼각형 인력구조인 곳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이 대표적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현재 경향신문의 임피제 적용자는 42명, 서울신문은 36명이다. 다른 신문사들이 10명 안팎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두 신문사에선 매년 대상자가 20명가량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서울신문의 경우 2016년부터 5년간 정년이 연장되는 인원이 전체 직원의 1/4에 달한다.
때문에 임피제 도입 이후 언론계의 신규 인력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민일보는 2노조와 임피제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중순 예정돼 있던 경력기자 채용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대해 구성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회사는 29일 경력 채용을 재개했다. 국민일보 한 기자는 “한창 신입기자 채용이 진행 중이라 여기까지 여파가 있을까봐 불안하다"며 "선배들 심정도 이해되지만 2노조 결성으로 노노갈등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후배들의 반응이 서운하다. 특히 노동강도는 그대로인데 임금만 줄어드는 상황에 불만을 내비친다. 국민일보 2노조가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편집부 기자들 위주로 꾸려진 것도 이런 이유다. 2노조 위원장인 이종구 기자는 “다른 언론사 편집부에 비해서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임피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근로시간이나 업무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정부보조금 지원
정년 연장이란 의미는 크지만 삭감에만 방점 찍은 언론사 임피제에 비판 목소리도 여전하다.
사실상 감액률만 정했을 뿐 임금이 줄어든 시니어의 역할, 은퇴를 준비할 시간,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선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 노조는 조만간 임피제 당사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 시급한 문제가 파악되면 사측과 논의해 해결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임피제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중단되는 2019년 이후에도 사측이 해당 금액을 보전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피크 임금 대비 10% 이상을 감액한 사업장에 개인당 연 최대 1080만원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박흥식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은 “임피제 대상자가 많아서 다른 신문사보다 삭감폭이 크다”면서 “정부보조금 지원뿐 아니라 임피제 시작달에 위로금 200만원 지급, 퇴직 직전 6개월 동안 유급 휴가도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서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대광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임피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언론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2016년 전후엔 언제 도입하고 얼마나 깎는지가 관심이었다면 2년이 흐른 지금 인건비, 인력운용, 업무강도 조절, 재교육, 퇴직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마련 등 다른 차원의 쟁점이 생긴 것”이라며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기능보다 인력 선순환에도 도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