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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뭘 보고 투표하나

지방선거보도 정책검증 외면…부정적 기사 많아

김동원 기자  2002.06.05 1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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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보도가 고사 위기에 있다.

선거일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신문과 방송 모두 연일 월드컵 경기 결과보도가 홍수를 이루면서 지방선거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신문의 경우 별도의 월드컵 섹션을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날 치러진 주요 경기 결과와 관련 기사들을 1면 머릿기사와 3·4면 등 주요 지면에 경쟁적으로 배치해 지방선거 관련 기사는 주로 지방면 등으로 밀리고 있다. 방송의 경우도 9시 뉴스의 주요 아이템이 대부분 월드컵 관련 기사로 채워지고 있으며 지방선거 기사는 방송뉴스 후반부에 배치되기 일쑤다.

선거보도 내용은 지역별 선거판세 분석과 후보별 공약 및 선거 쟁점, 유세 현장들이 다뤄지고는 있지만 현상적 접근에 그치는 등 과거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상 관련 기사에 대한 지면과 뉴스 시간을 할애하는 데는 인색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각당 대선 후보가 확정돼 대선 전초전으로 간주되다가 월드컵 기사가 폭주하면서 지방선거 보도가 또 뒤로 밀린 상황”이라며 “언론이 구호처럼 정책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다 의미부여하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광역단체장 선거와 관련, 후보자들에 대한 정책·공약 검증은 정치적 비중의 차이를 감안한다해도 지난 4월 민주당과 한나라당 경선 당시 각당 후보들에 대해 보여준 언론의 관심과 비교할 때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 유권자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를 토대로 각 후보자에 대한 정책 검증을 시도하고 인천, 부산 등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의 핵심쟁점 사안에 대한 집중 분석을 시도한 점 등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밖의 대부분 언론은 공약 나열식, 경마식 보도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월드컵 개막 직전인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후보등록 기간 동안 지방선거 관련 기사들이 1면에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지만 후보자의 전과사실과 관련한 선거관리위원회 집계결과, 경쟁 후보와 정당간 비방전, 금품 살포, 선거사범 급증 등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 전체 후보자의 12%가 전과 기록이 있고 전과 여부가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단할 기준이지만 광역단체장 후보 중파렴치범이 없는 데서 보듯 자칫 통계 중심의 전과사실 보도가 전체 후보자를 전과자로 비쳐지게 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후보간 비방전과 금품 살포 등 불법 탈법 운동사례가 여전해 언론이 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나, 이런 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정책선거와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도울 정보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올해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비례대표 정당투표제의 경우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가 확연히 드러나 12월 대선 판도를 가늠할 시금석이라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투표방법과 비례대표 후보 현황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한달 동안 10개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KINDS에서 ‘정당투표제’와 ‘비례대표제’란 검색어로 확인된 기사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이런 6·13 지방선거에 대한 언론의 홀대와 부정적 보도경향은 지방선거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이는 또 국민적 관심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는 투표율 하락이란 악순환의 한 고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