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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지방선거가 안 보인다

우리의주장  2002.06.05 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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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안보인다. 6·13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물가물하다.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켜켜이 쌓인 각종 게이트 흑막은 정치불신에 기름을 끼얹었다. 16강 진출의 가능성으로 후끈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까지 겹쳐 지방선거는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4년간 기초자치단체-의회 광역자치단체-의회의 우리 고장 지역살림-의정을 책임질 지역일꾼을 뽑는 기본 의미마저 퇴색될 지경이다.

농촌은 모내기 등 농번기철이고 도시 아파트는 밤마다 월드컵경기 시청에 여념이 없다. 지난 1998년 6·4지방선거때 투표율은 52.7%였다. 썰렁하다 못해 무심한 6·13 지방선거 유권자 관심도에 비추어보면 전국투표율이 사상 최초로 50%선을 밑돌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민주당 등 원내 다수당들의 선거전 행태는 혼탁 타락선거의 우려를 짙게하고 있다. 상대방의 흠집내기에만 치중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아예 기본 선거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형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후보들 저마다 민생정책이 경쟁적으로 전시되면서 누가 더 효율적이고 실현가능한 정견을 발표하는가에 집중되지 않고 중앙당 차원의 저급한 상대방 비난만이 횡행하고 있으며 언론 또한 고스란이 확대 재생산해주고 있다.

방송토론회 또한 겉돌고 있다. 사회적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자 비교가 가능한 방송토론회가 각 후보들의 선택적 거부로 인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앞장서야할 유력후보들이 상대방에게 홍보 빌미를 주고 자신의 약점이 반복된다며 거부, 토론회가 무력화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비방 인신공격에 치우치고 대통령 선거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변질될 분위기가 있다”며 각당에 공명선거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 또한 특단의 대책은 되지 못한다. 현재 지방선거에 대해 유권자 관심이 실종되는 심각한 징후를 언론이 앞장서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우리 언론은 국민들이 월드컵이란 세계적 축제를 스포츠 대향연으로서 흔쾌히 즐기게끔 해야 하겠지만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맥을 짚어주는 찬찬함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재 신문 방송의 보도편성을 보면 지방선거 보도를 마지못해 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정책비교기사는 찾기 힘들고 후보자이력 프로필 비교기사만 넘친다. 유력 단체장후보 중심의 판세분석 보도만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면 기사 또한 대선 전초전을 보는 듯한 대선후보중심 기사들만 꼬리를 물고 잇다.

월드컵 대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감시는 계속되어야 한다. 언론의 냉철한 사회적 감시는 살아있어야 한다.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한 곳으로 쏠리거나 휩쓸릴 때 언론은 전체를 아우르고 곳곳의 부분을 챙기는 현명함과 영민함을 놓쳐선 안된다. 귀찮다는 듯이 지방선거를 치루어 버릴 때 ‘악화’가 ‘양화’를 내쫓아버리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된다. 함량미달의 후보가 무관심 속에 당선되어 우리 고장의 개발여부 환경보존 교통대책 깨끗한 물마시기 등 귀중한 정책판단을 허술히 할 때 그 손해는 고스란이 우리 실생활에 미친다. 아직 대다수 지역사회 유권자들은 해당지역 시의회의원 도의회의원 구청장 시장 등의 후보들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언론은 흥분하지 말고 세계적 이벤트와 국가적 대사를 양수겸장하듯 보도하고 지적해주어야 한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감성적 에너지를 적절이 소화해 내면서 지방선거의 ‘알뜰한 지역일꾼 뽑기’도 내실있게 치러내는 한국언론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