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아 기자 2017.11.01 15:41:21
“‘다시’라는 말이 참 슬프게 들리네요. 그냥 만나면 좋은 친구였는데 ‘다시’를 붙여야 한다니…. 파업이 잘 마무리돼서 시민들의 좋은 친구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5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한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지켜보던 지모씨(47)의 말이다. 지씨는 “KBS, MBC 뉴스를 안 본지 오래됐다”면서도 “안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걸 잘 몰랐다. 꼭 승리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파업에 힘을 실었다.
KBS, MBC 언론인들이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두 달째. 그 사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도가 역전된 MBC에선 곧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이 처리되고 파업도 끝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KBS 상황은 당장 낙관하긴 어렵지만 노조는 수위를 높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27일 기자협회보가 서울 시청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파업 중인 KBS, MBC 구성원들을 향해 애정 어린 응원과 따끔한 충고를 전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씨(49)는 지난 9년 간 언론뿐 아니라 기업체에도 낙하산 인사가 많았다면서 적폐청산이란 시대정신을 공영방송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KBS, MBC 뉴스를 볼 때마다 실망했었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알게 됐다. 파업에 용기 내준 언론인들에게 감사하다”며 “시민의 입장에선 처음부터 이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았다. 계속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이효원씨(31)도 적폐청산 대상에 언론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씨는 “공영방송이 파업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보면서 우리에게 언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사실 촛불집회와 정권교체 모두 극적인 상황 아닌가. KBS, MBC 언론인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파업을 응원하지만 5년 전에 비해 관심도나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TV를 즐겨본다는 직장인 이주언씨(31)도 그중 하나였다. SNS에선 공영방송 파업 이슈를 자주 접하지만 실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관심 없다는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이씨는 “공범자들을 보고 너무 놀라서 지인들에게 말했더니 공영방송 이야기란 걸 알고 있는데도 시큰둥하더라”며 “TV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5년 전에 비해 이번 파업의 체감도가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방송환경 변화를 꼽았다. 이씨는 “5년 전엔 지상파 방송이 파업하면 뉴스, 드라마, 예능 모두 볼 데가 없었다”며 “지금은 종편이나 케이블, 유튜브 등에서 시각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고된 싸움에서 승리하더라도 미디어시장에서 존재감을 가지려면 “개국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성혁씨(34)는 “예전 KBS, MBC가 있던 자리를 지금은 다른 방송사가 채우고 있지 않느냐”며 “파업에서 이겼다고 다른 뉴스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으로 채널 돌리는 거 아니다. 새로운 방송사를 보는 것 같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KBS와 MBC를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 달라”고 힘줘 말했다.
회사원 윤지원씨(30)도 “파업이 끝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내부에서 잘못된 일들을 고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보도가 공정해졌는지 계속해서 밝혀야 한다”며 “인식을 한 번에 바꾸긴 어렵다. 끊임없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독립적인 감시·감독 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학생 이동우씨(26)는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휘둘릴 수 있는 조건인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공정성,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기구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제 재방송 말고 공영방송으로서 ‘제 방송’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