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도 부패한 권력일수록 언론장악 집착
이번 파업이 공영방송 위기 해결 시발점 됐으면
“‘스타크래프트2’를 보면 테란 자치령 독재자의 어용언론으로 UNN이라는 방송국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막장 테러리스트로 계속 뉴스에 등장해요. 후반부 그가 방송국을 장악해 다시 제대로 된 얘길 전달하면서 자치령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와요.”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가 답했다. 공영방송사 총파업을 보며 떠오르는 게임이 있냐는 질문. 그가 말을 이어갔다. “언론을 되찾음으로써 독재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서사는 지금 파업의 목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아닐까요?”
게임 칼럼니스트. 게임이 매체로서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심 갖는 일이다. 생소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LOL(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행에서 시대별 세대론을 이끌어내고, 도시 운영 게임 ‘심시티’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는 작업은 우리에게 낯설다. 묻고 싶었다. 국민 누구나 공영방송을 말할 지분을 갖지만 그가 밝힐 이유와 방식이 궁금했다.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그 ‘n분의 1’만큼의 목소리야 말로 이 싸움의 성패가 달린 유일한 장소일 테니까.

“매체 중요성이 다뤄지는 게임이 있어요. ‘문명’(문명 하나를 정해 발전시키고 타 문명과 경쟁하는 게임)에서 ‘프린팅 프레스’라는 인쇄술이 개발되면 ‘언론자유’가 확장돼요. 군주제, 봉건제 문명이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되는 기폭제가 됩니다. 남미 국가 독재자가 돼 보는 ‘트로피코’에선 내가 언론장악 옵션을 고를 수 있어요. 부패하고 반민주적 권력일수록 언론장악에 집착한다는 게 풍자됩니다. 거꾸로 보면 언론을 지켜야 될 이유인 거죠.”
게임 비평가다운 답이다. 여기서 이번 파업은 당위의 문제가 된다. 어떤 ‘인연’ 없이도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안. 그 역시 언론에 가끔 기고를 하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기자·PD 친구가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2012년 파업 당시 MBC에서 일하는 후배를 보며 “정권의 입김으로 생활과 보도가 다 위협받는데 무슨 좋은 보도가 나오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그이상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촛불혁명 당시 광장에 나간 게 최대치의 의견 표명 기회였을지 모른다.
“방송 비관계자로서 제가 방송사 앞에 가서 ‘파업을 지지합니다’ 하긴 어색하죠.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상황이 엄혹해지면 다시 돌아올 거야’ 대부분 그런 마음 아닐까 싶어요. 든든한 지지의 예비군들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지금도 파업을 이어가는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파업은 공영방송이 처한 여러 위기해결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방송뉴스 비평 부탁에 “잘 보지 않아서 어려울 거 같다”는 그의 답. “2012년 만해도 이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파업이) 이렇게 파급력이 없으면 무슨 효과인가 싶다”는 토로. 방송사의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은 얘기들이다. “매체환경도 쉽지 않은데 정치권력이 아예 주저 않힌 거죠” 같은 쐐기도 박는다. 그래도 어떤 희망을 찾자면 그건 바로 지금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언론인들에게 있다는 것.
“게임은 멀티 엔딩이 있는 경우가 있고, 고정된 서사를 따라가는 경우가 있죠. 명쾌한 승리의 서사가 되길 바랍니다. 즐거운 환호로 버텨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촛불과 탄핵의 광화문 광장이 무겁고 어두웠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촛불의 온기가 여전히 느껴지지 않나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