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가능성이 제기돼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이사회 때 “언제 거취를 표명하는 게 공인의 처신에 합당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내비쳤으나,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고 이사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사퇴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불신임이든 해임이든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의도 사옥 매각 문제, 호화 골프 접대 문제 등 나에 대한 비리를 지적을 하니까 내가 많이 약해졌다는 매체 보도가 나가더라. 최근 국감장에서도 한 여권 의원이 ‘자기들이 비리가 있으니까 나가는 거지, 비리가 없으면 왜 나가느냐’고 답하는 것을 봤다”며 “마치 내가 지금 나가면 비리가 있어서 나가는 것처럼 꼼짝없이 뒤집어쓸 것 같다”며 사퇴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고 이사장은 최근 MBC 자회사인 iMBC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으며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시 정권의 실세가 함께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 이뤄진 만남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특정 사업가에게 매각하라고 MBC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강요했다는 폭로도 함께 터져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를 두고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한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평생 비리라고는 하지 않고 검사생활 초창기부터 (나의 행동에 대해) 언제어디서든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사퇴를 하지 않고)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 소송을 하더라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료 이사들에게도 (나의 사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고, MBC 임직원들에게도 의견을 물은 결과, ‘절대로 그냥 물러나면 안된다’고 하더라. 앞으로 해임 무효 소송도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남아있는 구 여권 추천 이사(김광동 권혁철 이인철)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 이사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보궐이사 2인이 선임되면 방문진이 이사회를 열어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 야권이사 3인은 24일 오전 방문진에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의 건’을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지난 2015년 8월 제10기 방문진이 출범한 이후, MBC는 안광한, 김장겸 두 사장을 거치면서 끝없이 추락했다. 역량 있는 언론인들이 취재와 제작현장에서 배제되면서, 공영방송 MBC는 동료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관계와 치열한 토론문화가 사라졌고, 맨파워도, 열정도, 결속력도 없는 죽은 조직이 돼버렸다”며 “MBC가 이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책임은 MBC의 공적 의무와 경영의 관리감독을 맡은 방문진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특히 방문진의 대표로서 역할과 직무를 방기한 채 MBC경영진의 잘못과 비리를 앞장서 감싸고 비호해온 고영주 이사장의 책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의안은 다음달 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불신임이 가결되면 고 이사장은 해임이 될 때까지 비상근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하게 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