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17.09.27 15:13:05
한겨레 대표이사가 “삼성의 광고 축소는 삼성 관련 보도를 스스로 검열하라는 협박”이라고 말했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경영설명회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사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처리와 함께 시작된 한겨레에 대한 삼성의 보복적 광고 축소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둔 지난 6월부터 더욱 극단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3개월여 동안의 삼성 광고 집행 횟수가 총수일가에 대한 우호적, 비우호적 보도의 양과 질에 정확히 상응한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한겨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응징과 보복 성격도 강하다”면서 “총수일가에 불리한 보도를 걸러내지 않는다면 그만큼 경영적 어려움을 감수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한겨레 이외에도 JTBC, 중앙일보, SBS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삼성전자의 광고 집행 횟수를 보면 한겨레에 실린 삼성전자 광고는 다른 언론사의 26~44%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일보(42개), 한국일보(39개), 동아일보(37개)에 30개 이상의 삼성전자 광고가 실릴 때 한겨레에는 11개가 실렸고, 중앙일보 역시 같은 기간 15개 실리는 데 그쳤다.

한겨레에 삼성 광고가 매번 적게 실렸던 것도 아니다. 2015년과 2016년 같은 기간 한겨레에는 각각 27개, 25개의 삼성전자 광고가 실렸다. 올해보다 16건, 14건 높은 수치다. 한겨레 A기자는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때와 지금은 다르다”면서 “그땐 아예 광고를 끊어버렸는데 지금은 한두 개만 주는 식이다. 경향신문과도 구분하는 등 광고 탄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내부에선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겨레가 굴복할 때까지 삼성이 광고축소 상황을 지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겨레 B기자는 “삼성의 광고 협찬 금액이 평년의 1/7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 삼시 세 끼 밥 먹는 사람에게 반 끼만 먹으라는 것”이라며 “단식하는 건 아니지만 지속되면 죽을 수 있는 상황으로 삼성이 몰아가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1일 열린 경영설명회에선 중장기적으로 광고매출 다변화와 신규 사업 진출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재벌의 부당한 압박과 회유로부터 독립해 경영과 편집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구성원들에게 밝혔다. 한겨레 C기자는 “어차피 지면 광고 수익보다 새로운 방식의 수익 모델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뚜렷하게 윤곽이 드러난 것이 없어 구성원들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기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한겨레의 광고 탄압 주장에 대해 “예전만큼 기대치가 안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겨레에 광고는 하고 있다”며 “돈을 덜 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겨레 B기자는 이에 대해 “이게 바로 전형적인 대기업의 ‘갑질’”이라며 “가격이나 거래를 결정하는 건 기업의 자유겠지만 가격을 깎거나 거래를 중단할 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광고 집행 행태는 여러 모로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