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김달아 기자 2017.09.27 13:40:01
총파업 4주차를 맞은 양대 공영방송사 지역 기자들의 파업 열기가 뜨겁다.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지역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5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지역MBC 기자들의 의지는 굳건하다. 지난 2012년 본사보다 40여일 늦게 파업을 시작했던 지역 구성원들은 올해엔 동시 파업에 들어가며 승리의 기세를 몰아가고 있다. 기자들은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 ‘공정방송 사수, 김장겸 사퇴, 지역사 낙하산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더 이상 질 수 없다는 절박함은 서울도 지역기자들도 다르지 않다.
안준철 대전MBC 기자는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한 후배들은 이기는 경험을 한 적이 없다. 늘 조롱받았고 열패감에 시달렸다”며 “이번엔 승리하고 싶다. 그저 옛날 MBC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 그전보다 리뉴얼된 MBC의 공정보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성 MBC강원영동 기자는 “강릉 관광지 곳곳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12년엔 조금 딱딱한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시민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고자 한다”며 “그때보다 시민들의 호응과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린 ‘지역MBC 낙하산 철폐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 17개 지부 지역MBC 기자들은 5년 전보다 더 끈끈하고 또 비장했다. 한 없이 망가져 가는 당신들의 MBC를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일갈. 도성진 대구MBC 기자는 “이번에 이기지 못하면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도 기자는 “지난 9년간 대구MBC는 지자체와 자본으로부터 ‘공정방송’ 책무를 유린당했다”며 “일 잘하는 기자와 PD들이 사업부서로 가는 일이 허다했고 이들은 협찬 따는 도구로 활용됐다. 그동안 내부에서 저항해왔지만 도저히 못 살겠어서 파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원 광주MBC 기자는 “월급을 더 받자는 게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기자로서 명예로운 싸움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본사 사장이 내리꽂는 낙하산 사장’ 때문에 지역MBC가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양현승 목포MBC 기자는 “지역MBC의 경영이 어려워진 시기가 공교롭게도 낙하산 사장들이 내려온 이후와 겹친다”며 “우리의 목표는 김장겸 사장뿐 아니라 낙하산 사장들까지 끌어내리고, 지금과 같은 지역사 사장 선임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 기자는 “김 사장이 사퇴해도 지역사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지역MBC는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파업에 준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 지역총국 기자들 역시 다르지 않은 마음이다. 공영방송사 기자로서, 각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그간 겪은 자괴감을 떨쳐내고 ‘공정방송’을 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강규엽 KBS강릉 기자는 “항상 특별한 정치 이슈가 터졌을 때, 그들이 옹호하는 분들을 위한 방어적인 뉴스가 필요할 때, 주로 활용했던 게 지역뉴스다. 축제나 날씨, 관광 등 연성뉴스로 좋은 그림을 내보내고 시간을 끄는 걸 만들 때 지역 기자들을 많이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뉴스가)가치 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뜬금없이 톱으로 나간다. 그 정도 가치로 생각한 게 아닌데 시청자는 모르지 않나”라며 “지역기자들의 순수한 의지를 정치 문제를 호도하고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데 써서 자존심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본사로부터 천대 받는 지역 기자’라는 이들의 인식도 국민 앞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마주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승용 KBS제주 기자는 정연욱 기자의 부당 제주발령 당시를 “일방적으로 보내는 것도 부당했지만, 지역국 자체가 천시되는 뉘앙스 때문에 이중적으로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송악산, 성산일출봉 등 주요 관광지 선전전을 벌이며 만난 시민들에 대해선 “먼저 다가오셔서 ‘지지한다’, ‘응원한다’는 분들이 많았다. 본인 페이스북 라이브로 응원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사무실로 ‘흰수염고래’ 가사를 붙인 간식을 익명으로 보내 주시기도 했다”며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KBS광주 구성원은 총파업 동참을 위해 보직을 사퇴한 김종명 KBS순천방송국장의 ‘보복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 등이 나온 박영환 광주총국장 자진사퇴 피케팅을 진행 중이다. 곽선정 KBS광주 기자는 “사측이 김종명 국장 후임 자리를 광주총국 다른 선배에게 맡겨 ‘거기 가면 안 된다’고 문제제기 하던 중 그런 일까지 터져 굉장히 많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그는 “본사와 지역은 같은 KBS라는 이름으로 취재를 하고 방송을 한다. 지역에서 적극 활동하는 이유”라며 “독립돼서 할 말 할 수 있게, 시민을 위해 공정한 방송을 만들려는 거다. KBS는 공영방송이지 않나. 특정인이, 정치권이 이용하려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