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7.09.27 13:18:47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 전반에 대한 검사 감독을 위해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그동안 방문진은 MBC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무를 포기하고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을 비호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총파업으로 방송 파행이 거듭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방문진이 이사회 의결로 감독권 행사에 응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요구기간 내 자료제출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거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방통위의 철저한 권한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방통위(위원장 이효성)는 지난 22일 방송문화진흥회법 및 민법 제37조 등에 따라 방문진 사무 전반에 검사·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께 방문진 사무처를 찾아 ‘자료제출 요청서’를 직접 전달했다.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MBC 노조 파업에 따른 방송 차질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MBC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방통위는 자료 제출 시한을 오는 29일까지로 정했다. 방통위가 요구한 자료 목록은 ‘일반현황’, ‘MBC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방문진 사무집행’, ‘자체규정, 지침, 회의록·속기록’ 등 4개 대분류, 총 44항목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가 대상 범위가 된다. 여기에는 △이사장 등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사용내역 △MBC 소송비용을 포함한 결산승인 관련 자료 △MBC 기본운영 및 상하반기 운영계획 △MBC 노사단체협약 사항 △MBC 사장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MBC 임원 보수·성과급 기준 및 지급내역 △이사 회의참석 및 회의록 정정요청 현황 △공익방송지원 선정기준 및 절차 △이사회 회의록·속기록·녹음파일 등 일체 등이 포함됐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양대 공영방송사 총파업이란 특수 상황이 터지며 취해졌지만 MBC 관리감독기구로서 방문진의 역할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뉴스 신뢰도·영향력 감소, 기자·PD를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부당노동행위’가 공영방송 MBC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방문진은 어떤 역할을 했냐는 비판이다. 방문진 운영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위는 공영방송사 문제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왔던 게 그간의 상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법에 규정된 당연한 ‘감독권 행사’이자 진작 이뤄졌어야 할 조치다. 방문진은 이미 그 존재이유를 상실한 지 오래”라며 “방통위는 ‘식물 기관’으로 전락한 방문진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사·감독하라”고 이날 낸 성명은 이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MBC가 그렇게 문제가 많았다면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이사회 책임도 있는 거 아닌가. 그 문제를 밝히는 걸 방통위가 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할 수 있나”라고 했다. 김준현 변호사(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 언론위원장)는 “민주화 후 80년대 방문진법이 제정되고 만들어진 방문진이 방송 독립성 등을 고려한 설립취지와 달리 ‘법의 공백’, ‘자기 모순’ 같은 영역이 됐다”고 평가했다.
방통위가 공을 넘기면서 이제부터는 방문진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방통위 관계자가 ‘자료제출 요청서’를 전달할 당시 방문진 관계자는 “이사회를 개최해 (향후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2002년 법제처가 ‘방문진은 방송위(구 방통위)가 주무관청이고 검사·감독 대상’이라고 한 판단을 들었지만 방문진 사무처는 이날 “저희 법률검토는 다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 방문진 이사에 따르면 방문진 사무처는 지난 22일부터 두세 차례에 걸쳐 이사들에게 문자와 메일 등을 보내 임시 이사회 일정을 조율했지만 날짜를 잡지 못했다. 사무처는 △임시 이사회 개최 △조찬모임 △서면 이사회를 통한 의결 △10월11일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 등 4가지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 시 “방통위에 이사회 논의가 마무리 된 이후 자료제출 여부를 통지해주겠다는 공문을 발송토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로서 임시 이사회 개최여부는 전적으로 구 여권 추천 5인의 다수 이사에 달렸다. 구 야권 추천 3인 소수이사는 개최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수가 적다. 방문진 규정에 따르면 임시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5인이 찬성하면 반드시 열어야 한다. 구 여권 추천 이사의 의견만으로도 개최와 의결 모두가 가능한 구조다.
한 소수이사는 “다수의 의결이란 구색, 면피용 절차를 거쳐 자료제출을 거부하겠다는 건데 어떤 형태의 의결도 거부한다는 게 통일된 우리 의견”이라며 “지연 작전이라 본다. 미루면서 (파업 중인)노조 진을 빼려고 모사를 꾸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방문진의 대응을 보고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자료제출 요구 시 검사·감독을 방해할 경우 민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적시한 바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향후 조치를 얘기하긴 이르다. 법에 의해 요구를 했고 경우의 수로 미리 답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MBC 경영 관련 자료 요구 등이 과도하다는 일각의 비판에는 “경영에 대한 자료가 아니라 MBC 대주주인 방문진 감독권 범위 내에 있는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맥락을 정확히 봐야지 그런 공격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총파업 중인 MBC는 물론 KBS 구성원들 역시 이번 감독권 행사를 주시하고 있다. KBS 한 기자는 “MBC에 대한 조처는 KBS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방문진 조사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KBS이사회 문제해결까지 서둘러 진행되길 바란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