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아 기자 2017.09.27 00:04:17
‘내 워너원은 누구’
이달 3주 동안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의 표지를 장식한 문구다. 주간동아는 지난 4일 발행한 1104호부터 18일 펴낸 1106호까지 3주 연속으로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표지 모델,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해당 호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기사로 워너원을 조명한 셈이다.
워너원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선발된 11인조 그룹이다. 지난달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으로 꼽힌다. 주간동아는 이들 11명 중 2위인 박지훈, 5위 옹성우를 1104호 표지모델로 세웠다. 커버스토리로 <‘입덕’하고픈 워너원은 누구? 박지훈&옹성우 매력 팩트 체크>를 내걸고 8개 면에 관련 기사와 사진을 배치했다.
이어 1105호는 워너원 멤버 황민현·하성운·윤지성·이대휘를, 1106호는 김재환·라이관린·박우진·배진영 개인별로 표지를 내고 ‘매력 체크’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표지를 멤버별로 제작하는 것은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발매하는 앨범과 비슷한 방식이다.
팬들은 시사주간지와 워너원의 조화에 의아해하면서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SNS에 주간동아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구매 인증샷’이 쏟아진다. 주요 팬층인 10~30대 여성들은 시사주간지를 하나의 ‘굿즈(Goods)’로 여기며 앞 다퉈 사들였다. 시사주간지 표지에 워너원이 처음 등장한 곳은 주간조선이었다. 주간조선은 지난달 14일 2470호 표지 모델로 워너원 1위 멤버 강다니엘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인기 이유를 분석한 커버스토리 <왜 강다니엘인가>에 팬들은 공감했고, 당시 2470호는 일시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동아는 3주간 선보인 기획기사에서 워너원 멤버들의 데뷔 과정이나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 잘생긴 외모, 매력 등을 나열했다. 주간동아의 ‘아이돌 콘텐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자(1107호)에서 또 다른 인기그룹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는 기사와 사진을 20페이지짜리 특별부록에 담아냈다. 동아일보 한 기자는 “잡지 시장이 어렵다고 해도 아이돌 그룹을 3주 연속 표지로 올린 것은 시사주간지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주간동아의 이례적인 행보에 동종업계 기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A시사주간지 중견기자는 “지난달 주간조선의 <왜 강다니엘인가>가 인기를 끌지 않았나. 주간동아도 이걸 판매전략으로 쓴 것 같은데 방탄소년단까지 4주 연속은 무리인 것 같다”며 “잠깐 판매량은 늘겠지만 시사점 없는 콘텐츠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처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B시사주간지 한 기자도 “어려운 주간지 시장에서 호감을 주는 연예인을 표지에 올려 주목받는 것도 좋은 시도”라면서도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세 번은 이례적이다. 만약 그렇게 하려면 매주 차별화를 두거나 다른 데서 볼 수 없을 만큼 품질이 높은 기사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정보 주간동아 편집장은 “종합시사주간지는 화제가 되는 사회현상을 모두 다룰 수 있다”며 “(아이돌 콘텐츠는) 주간지 구독자를 젊은 층과 주부까지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기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획과 관련해 협찬받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새로운 독자층에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기자는 “일시적인 이벤트로만 접근했다면 주간동아의 정체성과 명성만 훼손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연예분야 강화, 셀럽 활용 콘텐츠 제작, 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