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은 공영방송 장악 및 연예인 퇴출 작업과 관련한 모든 문건을 당장 공개하라!”
15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관련 원문 공개를 촉구하는 KBS·MBC 정상화시민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TF가 공개한 ‘MB 정부 시기의 문화예술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문건을 공개해 국민들에게 실체적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MBC 정상화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충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에 앞서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을 통해 언론을 장악해 왔음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그러나 국정원은 출연자 블랙리스트와 방송사 내부 인사에까지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한 문건의 존재 사실만 국민에게 밝혔을 뿐이다. 여전히 그 낱낱의 내용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상화시민행동은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관련 원본 문건은 이번엔 반드시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며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며 몇 명에게 죄를 묻기엔 정권이, 국정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너무 많이 침해했다. 더 이상 국민의 알권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무참히 짓밟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계와 연예인 82명의 명단이 적힌 블랙리스트 문건 등을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방송인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 대해 방송 출연 통제·퇴출·프로그램 폐지 등의 불이익을 가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 검찰 수사 등 후속 조치를 의뢰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2010년 5월 청와대 홍보수석은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했고 이보다 앞선 2009년 9월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인 김인규 전 사장 시절이던 이때 KBS에선 대규모 조직 개편이 진행됐고 노조 출신 PD 등이 지역과 비제작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윤도현, 김미화, 김제동 씨 등 수많은 블랙리스트 방송인들도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란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 김재철 사장에 의해 기자와 PD 등에 대한 해고와 징계가 끊이지 않았으며 일부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블랙리스트 문건에 공분하며 국정원이 관련 문건들을 모두 공개하길 촉구했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국정원이 불법으로 작성된 이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 문건이 작성됐는지, 방송사 내부의 협력자는 누구였는지를 조사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아울러 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진 모든 언론장악 문건들까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역시 “블랙리스트 문건은 국가기밀도 아니고 공개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당연히 알아야 될 정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예 청와대의 지시와 보고, 방송사 내부에서의 실행 과정들을 낱낱이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국민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이번 기획에 언론을 조작하고 장악했던 사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진행되지 않도록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 개선할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도 “처음 시작은 가수, 개그맨, 문화예술인이었고 그 다음은 기자, PD, 아나운서였다. 한 명씩 한 명씩 화면에서, 지면에서 쫓아낸 다음은 국민이었다”며 “그렇게 쫓아낸 국민들의 목소리를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KBS, MBC 기자와 PD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언론인이 다시 국민을 위해 화면 앞에 설 수 있도록 국정원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상화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끝내고 국정원에 ‘국정원 블랙리스트 관련 원문 공개 및 국정 조사 촉구 의견서’와 ‘국정원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정상화시민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는 “답변이 오는 대로 국정원과 적폐청산 TF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