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이날 오후 2시 '김장겸 체제 퇴장, 공영방송 재건을 위한 합동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 상암 MBC 사옥 앞 광장에 모인 MBC본부 서울지부, 지역MBC 17개 지부 조합원 1500여명은 "김장겸 퇴진, MBC 정상화"를 연호하며 결의를 다졌다.
전국언론노조 소속 동료들도 출정식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지금 이 자리에 이용마 기자가 없다. 입사동기인 이 기자가 어느날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한솥밥 먹던 동료가 투병하는데 한 번은 미안하다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 파업은 그저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 이후 5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지역MBC 지부장들은 김장겸 MBC 사장과 함께 지역 낙하산 사장들의 퇴진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수 여수MBC지부장은 "5년 전에도 지부장으로서 이 자리에 섰었다. 이번 파업을 영광스럽고 자신감 있게 맞이하고 있다"며 "김장겸 사장뿐 아니라 지역 MBC 사장들도 MBC 전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 김 사장을 몰아내고 낙하산 사장이 지역에 절대 발붙일 수 없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고차원 전주MBC지부장은 "(2012년 파업 이후) MBC 내부는 저항의 이어짐이었다. 올해 투쟁은 더 이상 저항이 아니라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은 명령했고 마지막 기회를 부여했다. 동료들,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전진한다면 승리의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도건엽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이곳 상암에 승리의 기운이 퍼지는 것 같다. 2012년, 사상 최장기 파업 이후 5년 동안 기나긴 어둠이 있었다. 이기지 못했지만 끈질기게 싸웠다"며 "MBC는 '땡전뉴스' 아픔을 딛고 노조를 만들어서 싸웠고 이명박, 박근혜 시절 방송장악에 맞서 싸웠다. 우리는 김장겸을 몰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치욕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MBC를 되찾는 것이 시청자,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을 앞두고 자신의 마지막 뉴스에서 소신을 담은 앵커멘트로 화제가 된 김한광 전주MBC 기자는 "2012년 170일의 파업을 중단한 날이 7월17일이다. 오늘이 7월18일인 것 같은 느낌"이라며 "MBC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 지역 가리지 않는 네트워킹이지만 서울과 지역, 지역과 지역을 나누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가 돼서 이번 싸움이 승리로 갈 수 있도록 투쟁에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막내들의 반성문'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던 곽동건 기자는 "4년차인데 입사 후 처음으로 MBC 구성원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며 "여러분들이 지난 9년, 가장 참혹한 시기에 모멸을 겪으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 대오를 유지한 덕분에 이 자리에 당당하게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곽 기자는 "사측은 이번 파업을 '낭만적 파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1%대로 추락시킨 사람이 누군가.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함을 보지 못하고 남탓만 하면서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야 말로 낭만적 경영아닌가"라며 "(2013년 입사한) 저에게는 오늘이 첫 번째 파업, 첫 번째 날이다. 타협하고 굴종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싸워온 선배들을 따라서 짧고 굵게 싸우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박성호 해직기자도 함께 뜻을 모으기 위해 이날 상경한 지역MBC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 기자는 "그동안 MBC가 폭삭 망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나마 지역MBC가 버텨줬기 때문에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고 늘 생각했다"며 "지난 5년 서울과 지역 모두 잔혹사를 겪었다. 2012년은 김재철 한 사람 퇴진을 위해 싸웠지만 2017년은 김장겸뿐 아니라 지역의 적폐 세력까지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파업 출정사에서 김연국 MBC본부장은 "1987년 12월9일 MBC노조가 결성됐다. 30년이 흘러 다시 일어서기 위해 총파업을 개시하는 오늘 조합원 수가 최전성기의 2000명을 돌파했다"며 "무너질대로 무너진 MBC의 신뢰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 방송제작 종사자들의 무너진 존엄과 가치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서 되돌려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MBC 사측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권력의 부추김에 고무된 언론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외치는 사실상의 정치 파업"이라며 "정치권력이 주도하고 언론노조가 수행하는 파업의 결과는 ‘MBC의 비극적 파국’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