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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퇴진 않고선 KBS 바꿀 수 없어"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기자회견

최승영 기자  2017.09.04 14: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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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자본과 적절하게 손을 잡고, 기계적인 중립성 이름 아래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고, 정부의 의도에 맞춰 여론을 만들어가는 그런 KBS가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방송법에서 규정한 대로 건전한 사회여론을 조성하고, 민주적 문화를 창달시키고, 권력과 자본에 맞서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그런 공영방송을 만들려고 하는 후배들, 절대 다수 KBS인들에게 이제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김종명 전 KBS 순천방송국장은 4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고대영 사장과 현 경영진 등에게 이 같이 말했다.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열린 이 자리는 이날 자정을 기해 시작된 KBS 구성원들의 이번 파업이유와 목표, 투쟁방안 등을 밝히는 자리였다. KBS 구성원 중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조합원들이 우선 총파업에 돌입했고,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조합원들도 오는 7일부터 참여를 예정한 상황.



지난달 28일 KBS기자협회, 30일 KBS PD협회의 제작거부에 즈음해 자신의 보직을 내려놓고 제작거부에 참여한 김종명 전 순천방송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비롯 이번 국면에서 보직사퇴한 동료, 선·후배들을 거론하며 “그동안 이렇게 망가져 온 KBS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고 다시 격려를 부탁드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걸 내려놓는 과정을 거친 건 그동안  KBS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후배들이 힘들어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버텨줬는지, 싸워줬는지, 나름대로 온갖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지 않았는지, 그 결과 KBS가 처참하게 무너진 거 아닌지 늘 마음에 빚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 KBS에 입사한 그는 “입사할 당시 KBS는 ‘땡전뉴스’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러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영국의 BBC를 향해 달려가는 국민의 방송으로 성큼 다가선 때도 있었다. 그런 KBS였는데 국민의 편에, 시청자 편에 있어야 KBS가 권력과 자본 쪽으로 너무 많이 다가간 것 같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사라져버리고 수직적이고 통제적인 맹종하는 조직문화가 지배하면서 (KBS가) 함께 무너져 내렸다”고 진단했다.

반성의 메시지도 따랐다. 그는 “선배 입장에서 그런 과정들에 좀 더 치열하게 맞서주지 못한 점, KBS가 이렇게 무너짐으로써 우리 사회 여러 부작용들, 권력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못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까지 간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는지 통감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반성하고 사죄하고 일어서고자 한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KBS로 다시 한 번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영방송 KBS 구성원들의 총파업 돌입에 따라 마련됐다. 김 전 국장을 비롯해 KBS 각 직종별 파업 참여 대표자들도 행사에 참여, 그간 자신들이 겪어온 일들을 설명하며 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했다.

지난 2011년 입사한 이슬기 KBS 기자는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큰 뉴스가 있을 때 기자들이 뉴스를 제작하지 못하고 나와 있는 현실이 불편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온 이유는 KBS뉴스를 본질적으로,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뉴스를 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세월호,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당시 KBS의 보도를 거론하며 “저흰 이렇게 절박한데 간부들은 수 년 간 잘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간부들이 정한 방향에 따라, 시간 때우기로 나가는 뉴스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뉴스를 안 하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이어 “KBS뉴스 실패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사장을 역임한 고 사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고 사장이 퇴진하지 않고선 KBS뉴스를 바꿀 수 없고 퇴진 시켜야지만 바꿀 수 있고, 공영방송에 걸맞은 뉴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정권이 바뀌어서 제작거부, 파업을 하는 거 아니냐, 정권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과 관련 “저희들은 2012년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파업했고, 지난 5년 간 공정방송을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선배들은 2012년 그 전에도 싸웠고, 지난 수 년 간 한 번도 투쟁의 불씨를 꺼트린 적 없다. 밖에선 보이지 않았겠지만 공정방송을 위해 싸워왔고, 그걸 점화할 시기가 와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생로병사의 비밀’을 제작하고, ‘추적 60분’, ‘KBS 스페셜’, ‘세계는 지금’ 등을 연출한 박성주 KBS PD(1997년 입사)는 선대인·황교익씨 ‘방송불가’ 논란 등을 설명하며 파업참여의 변을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라는 얘기는 안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를 대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측이) 계속 얘길해왔다”며 “올해 초부터 문제 있는 사안과 계속 싸워왔다”고 술회했다.

박PD는 조인석 부사장이 제작본부장을 맡던 시기 촛불집회를 다룬 프로그램 ‘광장의 추억’에 대해 ‘한 쪽엔 태극기 부대가 있다. 그들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며 방송을 연기해 왔다고 지적, “그런데 몇 년 전 이승만 다큐 등에 대해선 조선일보에 칼럼까지 써가며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방송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압력을 가하는 게 비일비재했다”며 “각종 정권 홍보 프로그램에 추배들이 차출돼 자괴감을 느꼈고, 자율성이 없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박 PD는 “국민들에게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일부 이익을 위해 일하는 간부들이 있는 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힘이 들 것 같다”면서 “이번 주 부장급 간부들조차 보직을 내려놓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제작거부와 파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입사해 ‘정도전’, ‘뷰티풀마인드’, ‘김과장’ 등을 연출한 이재훈 KBS 드라마PD 역시 총파업 참여에 말을 보탰다. 이 PD는 “보직 특성상 드라마는 정권이 바뀌든 어쨌든 주인공 남녀가 사랑하는 등 그런 얘기들을 해왔다. 그렇다고 자조감을 느끼는 거 없이 일을 했던 건 아니다”라며 “KBS보도차량을 만나면 예전엔 굉장히 반갑고 동승자에게 회사차라고 자랑을 하고 했는데 지난 촛불집회 때 회사 차량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를 보며 비참함을 느꼈다. 마치 내 몸에 붙은 것처럼 그랬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드라마 PD이기 이전에 KBS구성원으로 한 명의 조합원으로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라며 “드라마국 50여명의 조합원이 현장에서 손을 놓고 파업 투쟁에 참여하고 있고, 4명의 팀장이 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참여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KBS 드라마PD로 바로 서서 시청자들에게 떳떳하게 우리 이런 드라마 찍는다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엿다.

2000년 입사해 ‘명작 스캔들’ ‘역사저널 그날’, ‘이웃집 찰스’ 등을 진행한 최원정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은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근본이 되는 자리인 만큼 자의든 타의든 마이크를 놓는다는 게 좀 더 결의에 차고,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들이 시작을 하고 끝내는 게 파업의 형태가 되지 않나 싶다. 그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도 있지만 총알받이가 되기도 한다”며 방송을 내려놓은 여러 후배 아나운서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는 “2012년처럼 총알받이가 돼 처참히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을 연출 중이고, ‘올 댓 차트’ ‘심야식당‘ 등을 연출한 윤성현 라디오 PD도 “라디오는 TV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매체다 보니 KBS라디오에서 공정성이 망가지는 대단한 일이 있었나 싶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 9년의 세월은 공정성이 망가진 세월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 전 사측이 근로조건, 노동조건과 관련 없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했다면서 “방송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 수 있는 권리야 말로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 아닌가”라며 지난 9년이 재난, 전시,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윤 PD는 “지난 9년 간 해온 비야만, 비합리, 몰상식과의 싸움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이제 그 싸움을 끝내고 싶다”며 “KBS를 제대로 정상화된 방송으로 다시 만들어서 열의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 여러분의 관심와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중 KBS 사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파업과 제작거부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KBS 사측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언급, ‘안보 비상사태’라며 “위기상황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기간방송 KBS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고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파업과 제작거부를 접고 취재·제작현장에 복귀할 때”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기자협회 등은 성명을 내고 사측의 업무복귀 요구에 반박한 바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3일 “KBS 사측이 북한의 핵실험을 핑계 삼아 파업을 앞둔 조합원들을 겁박하고 있다. 마치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으니 당장 업무에 복귀하라는 주장”이라며 “호들갑 떨지마라.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퀴즈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은 다른 나라 방송사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공영방송은 냉정하고 정확하게 사태를 인식하고 규정해야 한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상황을 과장하고 위기를 조장하는 게 공영방송 경영진이 할 짓인가”라고 부연했다. 이어 “고대영 사장 당신 하나만 내려오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파업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의 방송 파행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KBS기자협회도 같은 날 성명에서 “이런 상황을 야기한 책임은 전적으로 고대영 사장에게 있다”며 “북한 핵실험 상황에서도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못하는 것은 고대영 사장이 KBS를 책임질 최소한의 능력이나 자격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할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보도본부에 남아 있는 국부장단이 정말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한다면, 기자들에게 업무 복귀를 종요하기에 앞서 국가를 위해 당장 고대영 사장에게 용퇴를 건의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