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KBS 책무 위한 첫걸음은 고대영 사장 퇴진 뿐"

31일 KBS 기자·PD 연대 투쟁 결의대회

최승영 기자  2017.08.31 19:22:10

기사프린트

 “사내 양대 노조의 총파업보다 먼저 행동에 나섰습니다. 기자와 PD가 앞장서겠습니다...무너진 저널리즘의 폐허 위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기자와 피디로 살아왔고 살아갈 것입니다.”(KBS 기자·PD 연대 투쟁 결의문 중 일부)


공영방송 KBS 기자·PD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에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간 지 4일, PD들은 2일째를 맞은 날. 500여명의 KBS 기자와 PD는 연대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간명한 요구를 외쳤다.


이들 기자와 PD는 “우리는 KBS의 기자와 피디들이다. 제작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더 이상 고대영 사장의 각성과 변화를 기대하기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타락시켰다. 그 정치적 목적은 오로지 고대영 사장 자신의 생존이었다. 공공의 전파를 이용해 권력에 아부하고 자본에 굴종했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기 위한 첫걸음은 오로지 고대영 사장 퇴진뿐이라는 데 기자와 피디들은 뜻을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KBS 기자와 PD들은 이날 선언문 낭독에 앞서 그동안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겪어온 개개인의 경험, 자괴감을 털어놓으며 그들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종훈 KBS기자협회장은 “고 사장은 기자 사회도 양분시켰고 회사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국민들이 외면할 정도까지 공영방송 KBS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며 “그동안 집회를 이어가며 후배들이 마이크 잡을 때 운 적이 있지 않았나. 후배들이 울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울게 만든 게 누군가 바로 고대영 사장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박 협회장은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고대영 사장이 잘 한 게 하나 있었다. 우리에게 KBS가 망가지면 정말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밑바닥이 어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의 열정과 열기를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밑바닥을 확인하고 너무나도 절박해지니까 열기가 살아났다. 그 열기가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남은 일이 딱 하나 있다. 이 마지막 기회를 살려 KBS를 바로 세우고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분투를 촉구했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제작거부와 관련 현재까지 PD들의 선전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류 협회장은 “PD와 기자는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경쟁관계였다”라며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경쟁관계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누가 빨리 몰락하는지 처절하게 내몰리는지 새로운 경쟁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제작거부 참여인원이 1200여명에 달한다며 “이 정도면 고대영 사장을 몰아낼 수 있다. 1300명이 싸우면 2주일 안에 1400명이 싸우면 이번 주 내 끝나는 싸움”이라며 “고대영 사장은 KBS의 수장으로, 직원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당부 하나를 보탰다. “지금 팀장, 부장 등 PD 간부들 부탁드린다. 극소수의 고참들 일을 여전히 하고 있는 거 같다. 멈춰달라. 지금도 큐시트를 짜고 VJ와 작가에게 일시키고 골방에서 시사와 편집을 하고 있는 것 알고 있다. 중간지대에 머무르며 낮과 밤 행동을 달리하지 마시라. 제작거부에 참가한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다. 다음주부턴 강하게 응징하겠다.”


90여명의 KBS 지역기자들 역시 이날 자리를 찾아 한 뜻을 표했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사장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에 지역과 서울 구성원 간 차이는 없었다.


송현준 KBS전국기자협회장(KBS지역기자들의 협회)은 “‘뉴스9’ 로컬 방송의 경우 관행적으로 세이브해둔 게 있지만 오늘 쯤이면 거의 소진된다. 다음주부턴 앉은뱅이 리포트와 단신 등으로 채워진 부실한 보도가 나가게 된다. 이미 ‘뉴스광장’ 등은 거의 죽은 상태”라며 지역 제작거부 현황을 전했다.


송 협회장은 개인 경험을 설명하며 KBS가 왜 정상화돼야 하는지 강조했다. 그는 “제 아버지는 47년 동안 육체노동을 해서 동생과 저를 키웠고, 일요일 아침 등산과 매일 KBS뉴스를 보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필사적으로 KBS뉴스를 챙겨보셨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싶지만 퇴근하고 일간지를 따로 보고 이러는 건 또 다른 노동이니 그러셨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얘기를 했다. “입사 때 축하해주시고 KBS가 신뢰도 1위를 할 땐 박수도 쳐주셨는데 정권이 바뀌고 뉴스와 프로그램이 변하고 한번은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현준아 뉴스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송 협회장은 “KBS는 아주 화려하진 않더라도 우리 대한민국 소시민들이 이 사회를 살 때 불안하지 않게 최대한 정보를 주고 일체감을 주고 뒤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게 미덕과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고대영 사장은, KBS를 망쳐놓은 많은 간부들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우리 소시민, 우리 국민, 우리 아버지가 KBS를 향유할 권리를 빼앗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움을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기자 피디들이 먼저 나섰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좀 더 뭉쳐서 굳건하게 나간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박웅 KBS전주방송총국 기자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이로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박 기자는 “지난해 초부터 지역국에 요구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침뉴스에 중계차를 대라는 거다. 주제는 지역의 행사나 축제 이런 것들을 중계하는 거다. 기자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뉴스 가치가 높다고 생각되진 않는 아이템이 많이 선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왜 해야 되느냐. ‘위에서 그런 뉴스를 좋아한다. 라이브 뉴스를 좋아한다’는 풍문이나 해석일지 모를 말이 돌았다. 하지만 저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다는 걸로 믿고 있다”며 “공영방송 뉴스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작업에 사장 등의 취향이 반영되는 건 아니지 않나. 큰 틀에서의 보도참사도 막아야겠지만 작은 틀에서의 비효율도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또 “현재 대한민국 절반은 지역에 살고 있다. KBS에는 9개 지역총국이 있고 산하 을지국이 있는데 고대영 체제, 시스템이 절반이 사는 지역국을 그 절반만큼 생각하는지 많은 지역국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전주 보도국 막내 촬영기자는 아직도 10년이 넘은 장비를 쓰고 있다. KBS는 UHD를 하겠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지역국에는 200만~300만원하는 드론이 없는 지역도 있다. 고대영 사장이 지역총국을 생각하는 사장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전했다.


KBS 구성원들의 제작거부와 사장 퇴진 요구에 조응한 공영방송 밖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연대의사를 밝혔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자리에 섰다.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방송사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 곧은 목소리를 낸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억압한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고 했다.


정 회장은 “언론자유를 틀어막고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한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감히 약속드린다. 부당한 인사로 회원들을 억압한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MBC의 해직언론인이자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오늘 이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넣었다. 더 이상 이제 고칠 데가 없다. 마지막 자막 내용은 ‘2017년 9월4일 KBS와 MBC 노조는 공영방송 회복을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라며 “강력하게 싸워 고대영 사장을 내보내주시리라 믿는다. 내년 추석 특선영화로 ‘공범자들’이 KBS와 MBC에서 상영될 것”이라고 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오는 4일 총파업을 예정한 상황에서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성 본부장은 “기자, PD 동지 여러분들이 늘 이 큰 싸움마다 제일 앞에 섰다. 2012년 MB특보 낙하산 김인규 사장을 상대로 싸울 때도 그랬고, 지난 2014년 박근혜 낙하산 길환영 사장을 쫓아낼 때도 제일 앞에 서서 제작거부로 이끌어주셨다”며 “다음주부턴 우리 노조가 책임지고 제일 앞장서서 투쟁에 나서 고대영 사장을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방송의 날 90주년 행사로 고대영 사장과 김장겸 MBC사장 등이 한 자리에 모인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나. 공범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가려한다. 내일 반드시 공범자들을 만나 면전에 대고 퇴진을 요구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