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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에서 '세월호' '위안부' 일상적 검열"

라디오국 PD 40명 제작거부… 기자회견서 검열 사례 공개

김달아 기자  2017.08.28 14: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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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PD 40명이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28일 오전 5시를 기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현재 MBC 라디오 FM4U는 진행자 없이 음악만 흐르고 있으며 표준FM은 오후 8시10분 프로그램부터 음악방송으로 대체편성됐다.


이날 라디오국 부장 4명(편성부장·라디오제작2부장·제작3부장·제작4부장)도 보직을 내려놓고 후배들과 뜻을 함께 했다. 편성국 PD 26명도 제작·업무거부에 동참하면서 MBC 제작거부 인력은 보도국, 시사제작국, 아나운서국, 라디오국 등 420여명에 달한다.


라디오 PD들은 28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라디오국에서 벌어진 검열, 부당 개입 등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이 꼽은 대표적인 금기 아이템은 '세월호'와 '위안부 합의'였다.


진술에 따르면 표준FM <이 사람이 사는 세상> 제작진은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참사 현장에서 20여명을 구조했던 어민을 취재해 방송을 구성했다. 이를 두고 노혁진 당시 라디오국장이 사전시사를 요구했다. 3차례의 시사 끝에 '정부', '해경', '헬기' 단어를 삭제하고 세월호 기름 유출로 미역 양식에 어려움을 겪는 사연을 강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 진행자 강석우씨가 즉석에서 '대통령'을 언급하자, 당시 노 국장이 생방송 중인 PD를 호출해 발언 경위를 추궁하고 방송 원고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위안부 합의' 관련 아이템도 변경,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일이 많았다고 PD들은 설명했다. 2015년 12월28일 합의 이후 1년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MBC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시선집중>은 3회, <세계는 우리는>은 2회씩 방송한 반면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20회를 다뤘다.


기자회견에서 한재희 라디오 PD는 "검열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2012년 파업에 동참했던) 아나운서들의 라디오 출연도 사실상 제한됐다"며 "3~5초밖에 안되는 코너 타이틀을 손정은 아나운서 목소리로 녹음해 방송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라디오 PD들은 2010년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검열과 부당한 지시가 시작됐다고 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담당했던 박정욱 PD는 "진행자와 제작진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윗선에서 고정 출연자를 하차시키거나 토널 패널의 출연을 금지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2012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원내대표를 마친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전날 밤 10시에 국장에게 전화가 와서 그 사람은 안 된다고 압박해 출연이 무산됐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박 PD는 "시선집중의 토요일 방송이 갑자기 폐지된 것도 진행자, 제작진과 상의 없이 결정됐다. 당시 손 교수도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결국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며 "지속적인 압박으로 손 교수도 더 이상 진행자로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다. 2달 뒤 MBC를 떠났다"고 말했다.


<세계는 우리는>을 담당하고 있는 용승우 PD는 "프로그램 첫 부분에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코너가 있다. 지난 정권 때는 정부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니, 지금은 왜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없냐고 한다"며 "아이템, 진행자 선정에 PD와 제작진의 의견은 배제됐고 공정방송을 할 수 없어 자괴감을 느꼈다. 제작자율권을 되찾기 위해 제작거부에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라디오 PD 40명은 지난 24일 "그간 라디오는 추락을 거듭했다. 청취율의 추락, 신뢰도의 추락. 추락의 이면에는 추악한 간섭이 존재했다"며 "PD에게는 진행자 선정의 자율성도, 아이템 선택의 자유도, 때론 선곡의 자유도 없었다. 경영진이 물러나고 제작자율성을 되찾는 그날까지, 우리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