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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 의미 놓고 '제각각'

김달아.김창남 기자  2017.08.25 19: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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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징역 4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특경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 위증 등 기소된 5개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훈련 명목으로 건넨 77억9735만원 가운데 72억원, 최씨가 사실상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등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받은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관련 뉴스와 판결 분석, 향후 전망 등을 담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SBS 등 다수 언론은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형량은 유죄 판단 시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졌다"고 분석했으나, 조선일보는 기사에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문장을 포함하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역대 삼성가 판결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1938년 설립된 삼성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3대째 총수 체제가 이어지면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며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 회장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두 차례 재판에 넘겨졌지만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수감생활은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반면 경영권 상속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며 "삼성가에서 총수가 구속된 사례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징역 5년을 선고받는 순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지켜왔던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며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던 그는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을 때부터 눈에 띄게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은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서 다른 임원들에게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하고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그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순간 이를 악물고 재판부를 바라봤다"며 "재판부가 계속해서 유죄 이유를 설명하자, 이 부회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린 채 법정 천장을 바라봤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장이 주문(主文·판결의 결론)을 들은 이 부회장의 표정은 굳어갔다. 재판부가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간 뒤에도 그는 쉽사리 법정을 나서지 못했다"며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 이 부회장은 방청석을 한 차례 둘러본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실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수사기록만 3만 쪽, 전현직 장차관 포함 59명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4개월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 시작 전부터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질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비슷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의 강요ㆍ직권남용 피해자로 묶여있었다"며 "그러나 11월 꾸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공식수사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ㆍ보건복지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올 1월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한 달 만에 구속됐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라며 기선을 제압했다.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씨가 독일에서 말 소유권이 삼성으로 기재된 것을 보고 화가 나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한 걸 들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가 이를 재판정에서 뒤집기도 했다"며 "정유라씨의 특검 구원 등판은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반전이었다. 숱한 극적 장면을 연출한 이 부회장 재판은 구속기소 178일 만에 일단 특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항소 의지를 밝힌 만큼 2라운드 격돌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부 경제지는 이번 판결을 '정치 선고'로 봤다. 한국경제는 26일자 가판 사설(이재용 판결을 '정치 선고'로 보게 하는 장면들')에서 "이미 정치권과 여론재판으로 중형을 선고한 마당에 재판부에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며 "무죄추정 원칙, 증거재판주의 등 사법의 기본원칙이 설 자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과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인은 어떤 공무원을 만나도 안 되고, 의견 개진을 해서도 안 된다. 반기업 정서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며 "‘유전중죄(有錢重罪)’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기업하는 것 자체를 경영의 최대 리스크로 여겨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도 26일자 가판 사설(특검의 '뇌물 프레임' 수용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유죄 선고)에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지만 특검의 뇌물죄 프레임은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뇌물 공여의 이유가 되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려면 대가가 되는 직무 내용이 특정돼야 한다는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의 논리는 향후 2.3심에서 엄정하게 가려져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판결의 의미와 함께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한겨레는 26일자 가판 사설(이재용 유죄, 추악한 정경유착 근절의 전환점 되길)에서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밝혔듯이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패한 정경유착 병폐'에 법적 단죄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여럿인데도 '스모킹건이 없다'거나 '청와대와 좌파 시민단체들이 여론몰이를 한다'는 등 적반하장의 주장으로 재판을 흔들려고 한 것은 언론의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