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영진 퇴진 요구와 방송 정상화 의지를 담은 성명 게시, 이를 위한 결의를 모으던 KBS 구성원들의 투쟁방식이 실제적인 쟁의활동으로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KBS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밤 8시 기자협회 운영위와 기수별 대표 등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제작거부의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한다. KBS기자협회 관계자는 “23일 회의에서 제작거부의 일시가 결정된다”며 “현재 기자들이 평기자 인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원들이 몇 가지 안을 두고 논의해 결정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 비대위는 지난 16일 기자총회 자리에서 고대영 사장 즉각 퇴진과 잡포스팅 거부, 제작거부 등을 결의한 결과로 지난 21일 구성됐다. 전체 투표자 283명 중 281명이 찬성(99.29%)한 당시 결의는 제작거부 등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비대위에 일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구성원들의 퇴진요구 속에서 사측은 평기자 인사를 예고, 인사 희망원 제출을 요구했고, 기자들은 이에 불응한 채 제작거부 실행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미 KBS 내부는 사실상 총파업 전야의 분위기다. 지난 16일 KBS본사를 포함한 전국의 기자 516명이 연명성명을 내는 등 결의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르는 가운데 KBS 양대 노조에선 총파업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새노조)는 누누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 왔고,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1노조) 역시 향후 쟁의활동과 관련한 몇 가지 원칙을 확정했다.
KBS노동조합은 지난 17일 전국비상대책위원회에서 ‘쟁의행위는 합법파업을 원칙으로 한다’, ‘시기는 8월 말 추후 비대위를 통해 정한다’, ‘자진사퇴와 방송법 개정을 위한 내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큰 틀을 결정했다. 1노조 관계자는 “지난 2월 파업이 잠정 중단됐고 원인(무단협)이 해소가 안 됐으니 찬반투표 등 절차가 불필요하다. 사장퇴진이 정치적인 구호로 읽힐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고려, 근로조건에 대한 합법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 재량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당시와 상황이 변했으니 추후 비대위를 열어 의사결정을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2일 이인호 이사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오며 KBS 안팎이 들끓고 있는 상태다. 새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인호 이사장이 재임기간 중 최소 500여 차례에 걸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대영 KBS사장은 근거규정도 없이 비상임인 이사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했고, 이사장의 사적유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상 배임과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KBS 사측은 “이사장 업무 범위를 공식적인 이사회 일정으로만 제한하기 어렵다”며 “사적유용이라 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차량제공은 총무국 예산서에 근거가 있다”며 “공사제공 차량은 김영란법 상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