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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싸움, 다시 시작이다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

강아영 기자  2017.08.23 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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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담아낸 영화 ‘공범자들’을 지난 17일 개봉 날짜에 맞춰 봤다. 짐짓 심각한 내용이려니 생각했는데 큰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몇 군데 있었다.


가령 2011년 MBC ‘PD수첩’의 최승호 PD를 아침 교양 프로그램 관리직으로 발령 낸 뒤 윤길용 시사국장이 발령 이유를 설명하며 “최승호 PD에게 자유를 주자. 저 사람이 얼마나 피곤하겠느냐”고 호소(?)하는 장면이나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들썩이는데 CG까지 써가며 북한 로켓 실험 보도에 사력을 다하는 KBS의 모습이 나올 때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짜고짜 “언론을 망친 파괴자라는 평가가 있던데”하고 질문하는 최 PD의 모습에서도 관객들은 터진다. 영화 처음부터 관객들이 크게 웃은 횟수는 총 14번. 가히 블랙코미디 급이다.


그런데 시종일관 웃지는 못 한다. 영화가 담아내는 장면들이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희화화하거나 풍자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지난 10년간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그저 담담하게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에 투쟁하다 기자들이 구속되거나 징계를 받거나 해직되는 모습에서, 뉴스가 끝없이 망가져 결국 시청자들이 그 피해를 떠안거나 가슴을 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입을 굳게 다물거나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 대화하기 위해 입장한 최 PD에게 날아드는 질문은 그래서 날이 서 있다.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범자들’을 배임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 할 수는 없는지, 부당해고를 지시한 사람을 처벌할 법은 없는지 등을 거침없이 묻는다.


일부 관객은 권력에 장악당한 방송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극장을 찾은 김민식 MBC PD는 그런 지적에 솔직하게 답했다. “저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다만 “안 싸웠던 것은 아니다”면서 “상대방은 정말 끈질기게 독기 있게 언론을 장악하려 했다. 그 끈질김을 배워 우리도 이제 더 지독하고 치열하게 싸우려 한다. 싸움을 시작하면 시민사회 여러분들이 조금만 도와 달라.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공영방송의 싸움은 다시 시작이다. 아직도 “잘들 살고 있는” 공범자들을 몰아내고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 MBC는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고 KBS 기자들은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이용마 해직기자는 지난 9년간의 싸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기록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공영방송 기자들만의 기록으로 남아선 안 된다. 시민사회를 포함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응원하는 이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록하고 싸워야 한다. 긴 여정이 될 수도 있는 이 싸움에서 그런 응원과 격려만이 버텨낼 힘이 될 것이다.


한 관객은 해외에 거주하느라 공영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사실을 잘 몰랐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미안함과 억울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그 모습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전한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