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담아낸 영화 ‘공범자들’이 17일 개봉했다. 개봉 첫 날 9673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공범자들’은 시민들의 n차 관람, 티켓 기부 운동 등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8위를 차지했다. 공범자들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에 이어 최승호 PD가 연출한 두 번째 영화다.
개봉 첫 날, MBC 해직언론인이자 영화를 연출한 최승호 PD와 주연 중 한 명인 김민식 MBC PD는 압구정CGV에선 열린 ‘씨네타운 나인틴의 ON-AIR’에 출연해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씨네타운 나인틴’은 김훈종, 이승훈, 이재익 SBS PD가 진행하는 영화 카테고리의 인기 팟캐스트다.
관객들은 영화의 메시지, 공영방송 사장 선출 문제 등과 관련해 출연진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최승호 PD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세상이 바뀌겠다. 그런데 다른 세상은 봄이 와도 KBS와 MBC 같은 공영방송만 겨울로 남아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면 공영방송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 언론이라 정부가 나서서 바꾸기도 어렵고 결국 방송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어떻게든 노력해야 겨우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작년 12월부터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MBC 같은 경우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KBS도 기자협회에서 제작거부에 대한 투표를 해 99%의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다”며 “아마 곧 싸움에 들어갈 것 같은데 우리 싸움의 과정과 의미를 모르는 시민들에게 이 영화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최승호 PD와 영화를 응원했다. 시민단체인 ‘시민나팔부대’ 회원들은 특히 영화관 안에서 ‘유의선 OUT’ ‘김장겸 OUT’ ‘저널리즘 말살 중단’ ‘KBS·MBC 돌아오라’는 피켓을 들며 최승호 PD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한 나팔부대 회원은 “‘공범자들’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뜨거운 것이 올라와 응원에 동참하게 됐다”며 “최승호 PD가 열심히 도시락 폭탄을 던지고 있는데 그럼 시민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마음을 담아 도시락을 열심히 싸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 PD도 꼭 도시락폭탄 정확히 던져주시라”고 응원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엔딩 크레딧에 해직기자 명단이 쭉 올라가는데 이용마 기자님도 그렇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거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웠다”면서 “이런 분들이 싸움의 정당성을 보상받을 때 혹여 추후 부당한 권력 앞에 용기내서 싸워야 할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자신감이 모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나가는 데 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하면서 많은 분들이 꼭 현장에 복귀하시길 기도하고 저 또한 열심히 정치권 안에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광고와 기사의 거래를 목격해 최근 퇴사한 한 주간지 기자는 최 PD에게 공영방송 문제뿐만 아니라 대기업들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자는 “저희 매체에서 삼성과 기사를 거래하려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해 도저히 못 견디고 결국 최근 퇴사를 했다”며 “오늘 영화를 보니 마음이 새롭다. 지금 언론계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공영방송 문제와 삼성 장충기 문자 파동인데 공영방송 정상화 못지않게 대기업들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의 행태나 관행도 상당 부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민식 PD는 관객들에게 n차 상영을 독려했다. 김 PD는 “여러분들이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은 바깥사람들이 모르는 지난 9년간 공영방송 내부의 일을 보신 거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약간의 부채 의식이나 채무감이 남을 텐데 여러분이 하실 일은 김사복이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극장으로 다시 오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올 때는 혼자 오면 안 된다”며 “친구, 직장 동료들이랑 함께 오라. 혼자만 알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