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작은 벤처기업 불과했던 네이버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변신 거듭
인공지능 기업 인수하며 또다른 혁신 시도
언론, 미디어시장 변화 예측 못하고
내수시장만 바라보며 안주
콘텐츠 납품 ‘하도급 업체’ 전락 우려
언론사 개별 대응은 사실상 한계
새로운 형태의 검색광고 제작 등
틈새시장 뚫을 공동대응책 마련해야
2000년도 매출액이 88억원에 불과했던 벤처기업이 2조원(2016년 단일기준 2조4964억원·연결기준 4조226억원)대 회사로 성장하는데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10대 전국종합일간지 매출액을 모두 합친 것(1조3810억원)보다 배 가까운 수치다.
17년 전 당시 조선일보(4753억원), 중앙일보(3852억원), 동아일보(3588억원)를 제외하더라도 국민일보(418억원), 세계일보(389억원) 등의 매출을 훨씬 밑돌던 조그마한 벤처기업은 혁신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언론사들이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이 중소기업은 인터넷 생태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네이버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2015년)을 맞아 발표한 ‘중앙 혁신보고서’에서도 2000년 초반 NHN(현 네이버)이 먼저 협력을 요청할 정도로 경쟁 우위였지만, 그 후 혁신을 게을리 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반성했다.
웹 시대에 이어 모바일 시대 등 급격한 미디어환경 변화가 종이신문보다 네이버 등 포털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크지만, 언론계가 미디어 대변환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매출 규모에 비해 큰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신문사들은 안주하며 좁은 내수시장서 땅 따먹기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네이버는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문사들이 네이버만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네이버의 뉴스편집 정책이 바뀔 때마다 언론사들은 요동쳤고 우는 소리를 내야만 했다. 지난해 2월부터 네이버와의 합작회사 설립에 경향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등 주요 신문사들이 참여하기 위해 혈안이 됐던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인터넷 생태계 내에서만큼은 네이버와 손잡았다는 게 안전한 판로를 확보한 보증수표나 다름없어서다.
반면 언론계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그 비난의 화살 역시 네이버로 향한다. 온라인 생태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의에서 출발점과 종착점 모두 네이버로 귀결된다.
뉴스서비스 등에 업고 성장한 네이버
지난 10여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이버가 명실상부한 포털업계 1위로 등극한 시점은 2005년쯤이다. 네이버는 2000년 5월부터 ‘네이버뉴스’메뉴를 통해 뉴스서비스에 손을 댔고, 뉴스서비스는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네이버는 2005년부터 유선인터넷 분야에서 검색 점유율이 70%를 넘어선 데 이어 2012년 말 무선인터넷 검색 점유율 역시 70%를 넘겼다.
반면 언론계의 ‘탈 네이버’를 위한 시도는 여러 번 되풀이 됐지만 구호에 그쳤다.
네이버에 대한 언론계의 공동대응 논의는 2006년부터 본격화됐다. 10여개 신문사들이 함께 뉴스 콘텐츠 공동 아키이빙을 구축해 자체 광고를 붙인 뉴스를 네이버에 공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신문사가 과거기사 디지털라이징 사업에 참가하면서 공동 전선은 허물어졌다.
모바일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 매경, 조선, 중앙 등 주요 신문사들이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는 공동 전선을 펼치다 2014년 10월부터 조선이 공급하면서 와해됐다.
네이버가 언론계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양보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뉴스 서비스 유지 등 자신들의 실속을 챙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언론계의 반응이다.
네이버는 언론계의 반격이 가해질 때마다 뉴스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낮고 뉴스를 통해 얻어지는 광고수익 역시 미미하다고 주장해 왔다. 오히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달리 뉴스콘텐츠 구매를 위해 연간 수백억원의 전재료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언론계의 문제 제기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항변해 왔다.

이런 문제가 여러 차례 되풀이되면서 전재료를 바라보는 네이버의 시선 역시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5일 열린 미디어 커넥트데이에서 100억원 규모의 ‘구독펀드’와 뉴스 본문 내 광고수익의 70%를 언론사에 배분하는 ‘플러스(PLUS·Press-Linked User Support)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언론계에선 이런 움직임이 결국 매년 인상을 요구하는 전재료와 기사배치 논란이 일 때마다 불거지는 알고리즘 공개 시비를 비껴가고 언론사 간 경쟁을 유발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당근책 등 통해 언론사 간 경쟁을 촉발시켜 언론계의 공동대응을 무력화했다.
네이버, AI 등 신기술로 재무장
문제는 네이버 종속현상이 향후 더욱 고착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으로 일컬어진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언론사는 콘텐츠만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기존 검색 서비스를 넘어 금융,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온라인 쇼핑, 빅데이터 사업 등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6월말 미국 제록스사로부터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인수하는 등 국내외 인공지능 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언론사 입장에선 현상 유지도 벅찬 상태다. 언론사 매출을 지탱해주던 광고·협찬 매출은 물론 시청률·구독률로 유지한 수익 역시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광고·협찬 파이는 정체된 반면 시장 내에서의 경쟁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인공지능·증강현실(AR) 등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대응 역시 언론사엔 언감생심이다.
언론사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뉴스 제공 외에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보여주기 식’으로만 그쳤다. 서비스를 경험한 독자가 실망해 더 이상 찾지 않고, 찾아오지 않다보니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탄력 받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 역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 단계다. 하락하는 신문 매출을 디지털 분야에서 일정부분 상쇄해야 하는데 그 비중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유무선 인터넷 플랫폼에서 실기한 언론계가 디지털 시대의 보루로 삼고 있는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논의를 다시 꺼내들 수 밖게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사마다 새로운 비전 찾기에 분주하다.
조선일보는 이달 말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을 통해 디지털전략 등을 새롭게 수립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도 지난 6월9일 창간 63주년을 맞아 “미래 한국일보의 모습을 구체화하여 비전을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투자여력과 기술력 등이 뒤쳐진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느냐다.
한 경제지 기자는 “레거시(전통) 미디어는 자기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사람과 조직 등을 갈아엎지 않으면 힘들다. 업무에 대한 재정의와 함께 비전 등이 뒤따라야 할 뿐 아니라 경영진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사 공동 대응방안 찾아야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의 문제는 일반 독점과 달리 ‘수용자 독점 현상’이 수반된다. 수용자 독점은 수요자가 단수이고 다수의 생산자가 존재하는 경우인데 구매자가 가격 협상권 등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는 다수지만 이런 콘텐츠를 팔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네이버 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은 불공정계약 부분이다. ‘원가보상비율’개념으로 봤을 때 현재 네이버로부터 받은 전재료가 콘텐츠를 만든 비용에 비해 얼마나 적정한지 여부다. 그러나 그동안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이런 조사가 거의 없는 터라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그전 상황과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언론계 대체적인 반응이다. 당시엔 디지털 분야의 매출은 부가 수입이었지만 지면 매출이 쪼그라든 현 시점에서 디지털 분야의 매출은 또 다른 얘기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이 네이버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디지털 분야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언론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문제다. 개별 대응은 사실상 힘에 부칠 뿐더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언론계 공동 대응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해법 역시 각 사마다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쉽지 않다.
언론 산업의 ‘옛 영광’을 되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하락세를 완만히 하기 위해서라도 언론계의 공동대응이 필수라는 게 중론이다.
콘텐츠 유료화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언론의 주 수익원이 광고 매출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주 수익원 역시 검색광고인데 초기엔 광고 집행에 따른 효과가 컸다. 하지만 그 시장 역시 정체기에 들어서면 광고 단가는 올라간 반면 그 효과는 반감하고 있다.
언론사가 이런 틈새시장을 미리 준비하고 공동 대응을 마련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판이 바뀔 때 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고위간부는 “우리 언론들이 그동안 기술도 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마다 일일이 대응하려다가 골병들었다”며 “쇠락하는 산업일수록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언론 역시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해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광고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런 대책은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론계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특정 세대를 타겟팅으로 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