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율성을 침해했다며 제작거부를 선언한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이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및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했다.
PD수첩의 이영백 PD 등 10명의 PD들과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등 노조 집행부는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간부들이 노동문제를 취재하겠다는 제작진의 기획안을 거부하고, 담당PD에는 2개월의 대기발령 징계를 내렸다. 자율성 침해가 막장에 치달아 여러 인사상의 징계를 감수하고 제작거부에 들어간 상태”라며 "MBC와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죄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PD수첩 제작진은 한국사회 전반적인 노동문제가 담긴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가제)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간부들이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다루는 것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방송심의규정에 위반된다”며 반대했다. 이에 PD들은 “명백한 언론 탄압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 지난 25일자 방송분부터 결방된 상태다.
PD수첩 제작진은 기자회견문에서 “사측의 주장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 이 주장대로라면 민주노총 사업장의 사용자 역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결국 MBC는 민주노총에 관해서 아무것도 취재·보도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언론노조 MBC본부와 마찬가지로 언론노조 소속의 KBS, SBS, YTN 등 다른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과 한겨레·경향·서울신문 등의 신문사에서도 기자들이 언론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민주노총이나 노동 관련 이슈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사측의 주장은 한마디로 ‘MBC에서 민주노총과 노동 관련 이슈를 제작하려면 언론노조에서 탈퇴하라’는 압박과 다르지 않다. 사측의 태도는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PD수첩은 지난 정권 하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하는 장애물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라며 “몇 년간 기자와 PD들은 해고, 정직되고 각종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아왔다. 경영진이 MBC의 DNA를 바꿔놓겠다는 얘기마저 들렸다”고 호소했다. 송 PD는 “올바른 정의의 흐름을 거스르고 경영진이 좋아하는 방송만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하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릴 때가 왔다. MBC의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PD수첩은 지난 27년간 한국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이었으나, 경영진에 의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철저하게 파괴됐다”며 “방송의 독립성은 이미 법원의 판결에 의해 방송종사자 모두의 권리로 인정된 바 있다. 이번 고소 또한 단순히 노동법 위반뿐만 아니라 방송법 위반, 나아가 헌법 21조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PD수첩 뿐만 아니라 시사매거진 2580과 뉴스데스크까지 지난 9년간의 보도 자율성 침해 사례를 취합 중이다. 방송법 위법사안이 드러나면 추가 고소 조치할 것”이라는 뜻도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