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정권편향 방송을 주도하고,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사장 등 현직 본부장급 인사 6명을 정부포상 대상자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는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인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도 포함됐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홈페이지와 행정자치부 운영의 ‘대한민국 상훈’ 페이지를 통해 각 방송사 추천과 한국방송협회 1차 심의 등을 거쳐 전달 받은 방송진흥 유공 포상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포상은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 등 정부포상과 장관·한국방송협회장 표창 등을 포함하며, 현재 방통위에서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관련법령에 따라 17일까지 해당 명단을 공개한다.

이날 공개된 ‘방송 진흥 유공 포상 후보자’ 명단을 보면 정부포상 대상자로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들이 확인된다. 공개된 명단에는 총 111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 등을 저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된 것. 특히 공영방송 KBS에서는 언론시민단체 등에서 수차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전진국 부사장, 김성수 방송본부장, 이선재 보도본부장, 조인석 제작본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성수 방송본부장은 언론노조가 지난달 공개한 ‘언론 부역자 3차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공영방송의 이념과 정책에 요구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신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기획” “한류를 확산하고 공영적 예능 프로그램과 장르융합형 콘텐츠를 개발, 편성하여 한국방송 콘텐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요 공적이 기록됐지만, 언론노조는 “고대영 사장 재임기간 정권편향 편성 책임자”로 지목했다. 또 공영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뉴스옴부즈맨,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폐지를 주도했다고 게재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 초기 박정희 미화 다큐멘터리라는 비판이 나온 프로그램 ‘다큐극장’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했다. 당시 노조 등 KBS구성원과 다수 언론시민단체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고, 김 본부장은 “각 세대가 갖는 소통 문제를 풀기 위한 기획”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선재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말 국정농단 국면에서 ‘보도참사’의 주범으로 평가받은 김인영 보도본부장의 후임이다. KBS 양대 노조는 이 본부장 인사를 ‘겉치레’ 인사로 규정한 바 있다. 양대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 하반기에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현 사장과 함께 보도국장을 맡아 불공정 보도 작태로 일관해온 인물”이라며 “‘보도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최순실과 친박 일당들을 비호하는 뉴스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주요 공적으로 “30여년 간 기자로 재직하며 영향력, 신뢰도 1위 등 KBS보도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서 3번의 대선을 치르며 공정하고 정확한 대선 보도의 전형을 세움”이라고 기록됐지만, 노조 측은 KBS의 대선 보도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9대 대선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KBS 뉴스는 사회의 핵심적인 이슈에 대해서 피해가거나 단순한 사실 관계에 대해서도 정당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마치 해당 사건이 두 정략적인 정치 집단의 싸움인 것처럼 보도를 해왔다”며 “이는 선거 보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북한, 사드 등 과도한 안보 보도와 표피적인 선거보도를 비판했다.
조인석 제작본부장 역시 논란의 인물이다. 조 본부장은 “32년 간 KBS에 근무하면서 다큐멘터리 세계화 및 대중화에 기여”, “공영성 높은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 KBS 위상 제고에 기여”한 공적이 제시됐지만, 언론노조가 발표한 ‘2차 부역자 명단’에 포함됐다. 언론노조는 조 본부장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다큐 불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본부장은 2011년 다큐멘터리국장 재임 시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우려가 나온 특집 다큐의 제작을 강행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본부장은 또 2011년 9월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독립운동가 정율성’을 다룬 다큐 불방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기도 했다. 당시 ‘대륙에 떨친 항일 투쟁혼 음악가 정율성’ 편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방송 나흘 전 불방돼 제작진 비판이 나오고 이사회 부당 개입 논란이 인 바 있다.
전진국 부사장도 언론노조의 ‘3차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전 부사장은 “2002 월드컵 전야제, 금강산 열린음악회 등 공연 프로그램에서 탁월한 연출력으로 국민 화합에 기여”했고, “상상플러스, 스펀지 등 공영예능 프로그램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공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당시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유로 “유신미화 의혹 받는 ‘다큐극장’ 신설 등 불공정 편성 논란”을 일으켰고, “편성본부장 당시,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성향 아나운서 업무배제 논란의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또 “고대영 체제, 방송담당 부사장으로 불공정방송 편파보도의 책임자”라고 기재했다.
논란의 인물을 정부 포상 대상자로 추천한 KBS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지난 5월 추천을 요청하며 내놓은 공문에 따르면 유공자 선정절차는 KBS(18개 지역총국 포함)와 MBC(지역MBC 16개사 포함), SBS 등 지상파 3사와 그 외 EBS, CBS, CPBC, BBS, KNN, TBS, TJB 등 20개사, 유관기관 및 단체가 할당된 인원을 각각 한국방송협회에 추천하고, 협회가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방통위에 추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방송사들이 당초 협회로 추천한 인원은 150여명이었고, 협회를 거치며 111명이 됐다. 즉, 방송사가 직접 추천한 인사들이 여러 절차를 거쳐 현재 공개됐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KBS는 ‘촛불혁명’과 함께 불거진 국민적 ‘언론개혁’ 요구와 공영방송사 안팎의 사장 퇴진 여론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이 같은 인사들을 추천했다.
특히 KBS는 김대회 전략기획실장과 김순기 제작기술본부장 등도 포상 후보자로 추천, 현직 6명의 본부장급 인사 중 무려 5명을 포상 후보자로 올렸다. 최근 KBS 양대 노조와 10개 직능단체, KBS기자협회가 진행한 각각의 설문조사에서 고대영 사장 체제 아래 KBS저널리즘이 훼손됐다는 구성원은 10명 중 9명에 달한다.
방통위 등은 지난 5월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에서 추천제한 요건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은 자 등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언론보도 또는 소송·민원 제기 등의 논란이 있어 정부포상이 합당치 않다고 판단되는 자”를 제시한 바 있다. 또 “방송 90주년을 맞이하여 방송발전에 크게 공헌한 전·현직 방송인을 발굴, 포상함으로써, 이들의 공적을 기리고 사기를 진작하여 방송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란 목적을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언론 부역자로 발표된 인물들이 정부포상 후보자 추천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채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시위든 저지든 당장 나서 저지시킬 것”이라며 “추천 책임자가 KBS가 그동안 저지른 과오나 죄과 의식이 없다는 소리”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나 방송 담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 고대영 체제에서의 본부장들은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 저널리즘이나 양심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던 인물들”이라며 “포상대상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 상훈 제도에 따르면 훈장은 우리나라 최고등급의 포상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휘장이다. 포장은 훈장 다음의 훈격이다. 각각 15년, 10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대상자들을 상대로 미친 영향, 지위를 가려 수여한다. 훈장·포장 수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는데 수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따로 금전적 보상이 있지는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종 정부포상 등 수여자의 2배수 가량으로 아직 최종 추천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공개를 통한 의견수렴 후 공적심사위원회를 거쳐 7월 말까지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면 행정자치부가 최종 확정하고 9월1일 수여하게 된다”면서 “정확한 포상규모와 훈격 등을 두고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